美, 이라크戰 1주년 앞두고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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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이라크전 발발 1주년(오는 19일) 행사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전쟁에서 이겼으니 승전축하 잔치를 벌여야 마땅하지만 국내외 상황이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14일에는 이라크에서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미군들이 이송되는 미 동북부 델라웨어주 소재 도버 공군기지 앞에서 수백명의 군인가족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대앞까지 행진한 뒤 성명을 내고 "부시 행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대가를 숨기는 것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15일에도 워싱턴의 '월터 리더 군병원'에서 항의시위가 열릴 예정이며 백악관 밖에서도 항의 행진이 펼쳐진다.

국제적인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가 이끌었던 국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사회노동당이 집권하게 된 것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큰 타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인 듯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이라크전 주도 3인'은 14일 일제히 TV방송에 출연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라크전 1주년을 계기로 부시 외교 정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라크전은 부시 행정부엔 '이기고도 진 전쟁'으로 남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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