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들 녹색 그라운드가 좁다 좁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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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축구 K-리그가 젊은 피들의 맹활약으로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팀당 겨우 다섯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신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당시 “준척급은 많아도 월척급은 없다”고 한 평가가 무색할 만큼 ‘앙팡테리블’들이 반란을 펼치고 있다.

◇승부를 좌우하는 신인들=2일 FC서울과 라이벌전 승리에 큰 공을 세운 수원 삼성의 박현범(21)·조용태(22)는 차범근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둘은 대표팀을 꾸려도 될 만큼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꾸준히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 경기에 출전해 주전 자리를 확보한 박현범은 지난달 1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컵대회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조용태는 스타 기질이 다분하다. 서울전에 교체 출전한 그는 후반 쐐기골을 넣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조용태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은 박현범. 둘의 합작골에 차 감독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서울의 신예 이승렬(19)은 셰놀 귀네슈 감독이 공들여 키우는 ‘미완의 대기’다.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LA 갤럭시와의 친선전에서 첫선을 보인 이승렬은 박주영·정조국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2일 수원전에서도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중거리슛으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렸다.

◇거센 신인 돌풍의 진원지는=올 시즌 신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데뷔전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경남 FC의 서상민(22)은 9일 대구FC와 K-리그 개막전에서의 두 골을 쏘아 올리며 깜짝 스타가 됐다.

그의 플레이를 본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망설임 없이 그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서상민의 이름은 3일 발표된 베이징 올림픽 예비명단에도 포함됐다.

성남 일화의 조동건(22)은 서상민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달 29일 제주전에서 2골을 넣었다.

그 역시 이 경기가 프로 데뷔전이었다. 성남은 K-리그 14개 팀 중에서도 주전행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고 소문난 팀이지만 앞으로도 중용이 예상된다.

초반 돌풍의 주인공 가운데 이승렬을 뺀 나머지는 대학에서 성인축구를 경험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프로무대 적응 속도가 빠르다. 한때 고교 졸업 후, 심할 경우 중학 중퇴 후 곧장 프로에 뛰어들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새로운 트렌드를 낳았다. 구단 경영 합리화 바람도 한 요인이다. 비싼 몸값의 외국인 선수 대신 새 얼굴을 과감히 기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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