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베란다 표’ 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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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봄이 오면서 베란다 텃밭이 주목 받고 있다. 무공해 채소를 직접 길러 먹겠다는 ‘웰빙파’, 채소 값이 올랐으니 한 푼이라도 절약해 보겠다는 ‘알뜰파’, 파릇파릇한 채소가 꽃·나무보다 예쁘다는 ‘관상파’까지 다양하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www.auction.co.kr)에선 지난달 화분·씨앗·모종 같은 원예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0% 정도 늘었다. 유문숙 생활용품 담당 바이어는 “특히 상추·토마토같이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 채소 모종은 40% 정도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화분 깊이는 넉넉하게=베란다 텃밭을 가꿀 땐 굳이 화분을 따로 장만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생선용 스티로폼 상자나 나무로 된 사과 박스 모두 크기가 적당하다. 상자 밑바닥에 물이 빠질 구멍을 세 개 정도 뚫어 주면 화분 준비는 끝이다. 깔끔한 플라스틱 화분을 사고 싶다면 깊이가 넉넉한 것이 좋다. 뿌리가 잘 뻗어야 잘 자라기 때문이다. 채소는 뿌리 길이가 땅 위로 드러나는 식물의 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최적의 화분 깊이는 상추 같은 잎 채소는 15㎝, 토마토·고추 같은 열매 채소는 60㎝다. 시판되는 가정용 화분 중 깊이가 30㎝ 이상인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열매 채소를 꼭 키우고 싶다면 식물을 널찍널찍하게 심을 수 있게 폭이 넓은 화분을 산다. 뿌리가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퍼지게 하기 위해서다. 동네 꽃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정용 채소 재배 화분은 6000~1만원 정도. 인터넷 쇼핑몰에선 바퀴·물받이가 달린 일체형 화분도 판다. 1만원대 초반.

집 밖에서 흙을 퍼 와서 길러도 큰 문제가 없지만, 실내용 상토를 사면 더 위생적이다. 세균이나 벌레가 없고, 가벼우면서도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스티로폼 박스 두 개 정도를 채우려면 상토 30L 정도가 필요하다. 상토 30L는 1만원 안팎, 50L는 1만원대 초·중반 정도다. 채소를 2~3개월 정도 키우면 상토의 영양분이 많이 빠진다. 요즘 나오는 친환경 유기질 비료는 채소 주변에 뿌려만 주면 물을 줄 때 흙 사이 사이로 스며들며 양분을 공급해 준다. 깻묵, 유채 기름, 피마자 기름 등을 섞어 만든다. 500g이 1만원대 중·후반이다.

◇어떻게 심고 키우나=잎 채소는 채소 사이 간격을 15㎝ 정도, 열매 채소는 30~40㎝ 정도 띄워 심는다. 씨앗은 좀 넉넉하게 뿌린 뒤 싹이 충분히 올라오면 간격에 맞춰 싹을 솎아 준다. 상추류는 씨를 뿌린 뒤 3~5일이면 싹이 올라와 그리 지루하지 않지만, 부추·파 같은 작물은 열흘 안팎까지 싹을 기다려야 하니 모종을 사는 것이 간편하다.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선 채소 모종을 200~300원 정도에 판다.

채소 종류를 정할 땐 베란다 일조량을 감안해야 한다. 햇빛이 넉넉하게 든다면 열매 채소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햇빛이 좀 적어도 잘 자라는 잎 채소가 낫다. 하루 종일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집이라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식물 위 60㎝ 정도 높이에서 하루 4시간 정도 백열등을 켜두고 빛을 보충하면 된다. 전기 타이머를 이용해 시간을 맞추면 매일 신경쓰지 않고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병충해 대처법은=베란다 텃밭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벌레다. 채소에 단맛이 많을수록 벌레가 잘 꼬인다. 원예용품업체 다농(www.danong.co.kr)의 김주태 사장은 “상추보다는 배추, 배추보다는 케일이 단맛이 강해 벌레가 잘 꼬이는 편”이라며 “유기농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나온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친환경 살충제를 쓰면 된다”고 조언한다.

친환경 성분이어도 살충제를 쓰는 게 찝찝하다면 원예 매니어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민간요법’을 써 볼 만하다. 매운맛이 강한 붉은 고추 100g를 물 1L에 20분 정도 끓여 식힌 다음 물만 따라내고, 이를 물 10배에 희석해 스프레이로 뿌려준다. 다진 마늘 50g을 물 1L에 역시 20분 정도 끓인 뒤 걸러 50배의 물에 희석해 살포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민간요법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벌레가 심하게 꼬일 때 쓸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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