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7월미얀마>下.개방은 군부 자신감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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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심스레 빗장을 풀기 시작한 미얀마의 경제개혁은 과연 완전한개방으로 이어질 것인가.아니면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現군사정부의 제스처에 그칠 것인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미얀마의 경제개방은 서구적 병폐를최소화한다는 미얀마 특유의 사회적 기조 아래 군사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만큼씩 천천히 이뤄질 전망이다.
따라서 미얀마의 개방은 反체제세력 장악등 사회안정에 대한 군사정권의 자신감 정도에 따라 그 수위(水位)가 조절될 전망이다.이번 아웅산 수지 여사의 전격적인 연금해제도 군부의 자신감이반영된 것이다.
『서방언론은 수지여사가 군부와 타협,석방됐다고 말하지만 타협이란 쌍방이 어느정도 힘의 균형을 이룰때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지금 그녀에게 타협할 만큼의 힘이 있을까요』.한 미얀마 시민의 냉소에 가까운 이야기다.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로 대표되는 미얀마 군사정부는지난 몇년사이 정치.경제.사회.문화등 국정전반은 물론 골칫거리였던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질 만큼의 통제력을 확보했다.
다시 말해 수지여사의 정치기반을 철저히 무력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88년 모친의 병문안을 위해 귀국한 수지여사가 갑작스레 민주화의 희망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구심점을 찾지못하던 3대 反정부세력인 학생.불교계.재야를 미얀마 건국영웅아웅산 장군의 딸이란 후광을 업고 통합할 수 있었기 때 문이다.그러나 지금 이들은 군사정부의 집요한 통제에 지리멸렬하고 있다. 『수지여사가 석방되던 날 미얀마정부는 약 2백만명이 가입된 정당지부조직과 유사한 연합연대발전기구(USDA)창당식을 가져 결속을 다졌습니다.대학마다 감시요원을 배치,외부인이 대학에들어갈 수 없도록 한것은 물론 대학문 앞에만 얼씬거려 도 블랙리스트에 오릅니다.재야는 조직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한 서방 외교관의 이야기다.미얀마정부의 주민통제는 북한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 서방상사 주재원이 밤에 술에 취해 전봇대에 슬쩍 실례하면 이튿날 직장동료들이 모두 이를 알고 놀릴 정도다.호텔 커피숍에서의 사적인 행동 또한 모두 보고대상이 된다.
각 區마다 軍정보국사무소가 운영되며,언론통제 역시 완벽에 가까울 정도다.수지여사의 연금해제 소식은 1주일이 지나도록 언론에 언급조차되지 않았다.
수지여사와 소수민족과의 연계 가능성도 극히 희박해졌다.
『4천3백만 인구의 70%에 육박하는 버마족이외의 7대 소수민족중 최대 두통거리인 카렌族 반군을 올초 대공세로 거의 궤멸시켰고 샨族이외의 5개 민족에 영농기계보급등「당근」을 사용한 유화정책으로 지지를 약속받았다』는 게 현지 서방기업 주재원들의설명이다.
또 만일 수지여사가 군사정부를 자극할 정치행동을 재개하면 두말없이 재연금해버릴 것이라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現군사정부는 개방을 실험할 여력이 있을만큼 배포가 커졌다.
하지만 군사정부의 개방실험엔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한번 불어닥친 개방의 달콤함을 경험한 미얀마 국민들이 군사정부의 독재를 과연 예전처럼 그리 순순하게 따라주겠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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