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 신경성 위장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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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식사를 하거나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면 위에 염증이 생기고, 이 상태가 오래되면 만성위염 또는 위궤양이 된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 없이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흔히 말하는 '신경성 위장병'이다.

대부분 스트레스나 신경성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져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소화가 안 되고 조금만 먹어도 헛배가 부르거나 더부룩하다. 때로는 명치끝이 아프고 물만 먹어도 체한다. 이러한 기능성 위장장애는 위장 자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검사를 해봐도 별 이상이 없고 소화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지나친 근심.걱정.놀람.공포.화와 같은 감정이 오래 지속하면 오장육부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다. '사상비(思傷脾)'라고도 하는데 지나치게 생각하고 근심 걱정을 하면 비장이 상한다는 뜻이다.

위장기능을 조절하는 비장이 상하면 건강하던 위장도 허약해져 기능성 위장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탈진돼 우리 몸의 기가 잘 소통하지 못하고 뭉친다. 특히 소화기 계통에서 가장 잘 뭉친다.

기운 없는 노인을 보면 기가 잘 통하지 못해 수분대사가 안 되고 이것이 가래처럼 끈적끈적한 체액으로 체내에 머무른다. 흔히 말하는 담(痰)이다.

담은 뭉쳐서 온몸을 돌아다니며 통증을 유발하고, 위장 내에 많이 머물러 있게 되면 비장과 위장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에서 출렁출렁하는 물소리가 나며 속이 미식거리고 어지럽고 머리도 아프다. '난 비위가 약해서…'또는 '기름진 음식을 보면 속이 느글거린다'며 음식 먹기를 꺼린다.

기능성 위장장애가 있을 때는 보중익기탕이나 가미향사육.군자탕 등이 처방된다. 모두 허약해진 기를 북돋우고 속을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위장 기능을 개선해 준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향부자 20g과 백출 12g에 물 500㏄를 붓고 1시간 정도 달여 마시면 스트레스로 허해진 기를 북돋우는데 도움을 준다.

생강차와 계피차.오수유차.대추차 등 속을 따뜻하게 하는 차를 자주 마셔도 위 운동능력이 증가돼 소화기능이 좋아진다.

평소 등산이든 걷기든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한가지씩 정해놓고 이를 즐겨보자. 운동은 스트레스도 풀고 부족한 장 운동을 활성화시켜 주며, 동시에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는 가장 적극적인 치료법이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w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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