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한국말, 저만 따라하면 걱정없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러시아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아이디 477937)

"불가리아에서 인사드립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굉장히 감동받았습니다." (아이디 Ivelina)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전 세계 140여개국에 전파를 쏘아올리는 아리랑TV의 'Let's Speak Korean'이 그것. 지난 1월6일 방송을 시작한 이후 외국인들 사이에선 하루 10분씩만 투자하면 살아있는 한국어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방송 진행을 영어로 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려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본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미국인 리사 케리(26)다. 그녀는 "김치를 좋아해요""몇살이야" 등 짧은 한국어 표현을 골라 영어로 뜻을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때 쓸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동안 외국인의 눈높이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해요."

그녀의 한국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배운, 살아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 쓰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한국어는 서양인 입장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예요. 현재 나와 있는 한국어 교재들도 문제가 많고요. 방송에선 한국인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을 문화적인 배경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그녀는 한국에서 국제변호사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고교 시절 다시 한국에 왔다. 이후 부모는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녀 혼자 한국에 남아 학교를 마쳤다. 10년 전 EBS와 케이블에서 시작한 방송 일은 꾸준히 이어져 현재 아리랑TV뿐 아니라 EBS '잉글리시 카페' 등에 출연하고 있다.

"한국에 남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싫어했지만 제가 고집을 부렸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이 좋고, 한국 친구들이 좋아요."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