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그건 그렇다.주미리가 죽은후 그녀가 세상에 없는 것을 내심 기뻐한 적도 있었다.그녀가살아있다면 민우는 그녀와의 분석시간에 항상 모든 마음의 사실을고백해야 했을 것이다.그러면 아마도 그동안 누 렸던 자유로움을만끽한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주미리의 그 심각한 표정에….
『그래도 할 수 없죠.나는 이미 당신의 포로니까….』 민우가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주미리가 웃으면서 민우의 품에 안겼다.
『처음엔 죽은 후에도 당신의 광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행여 당신이 정신병이 재발하거나 이상(異相)정신과 의사가 되지 않게.그러나 당신 속에 들어오면서그 마음은 바뀌었어요.이 세상의 진실은 짧죠.당 신 마음 속에이토록 아름다운 동화가 가득하다면 당신이 다시 정신병적으로 악화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또,당신은 지금 별다른 욕심도 없잖아요.』 『이제는 메시아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하기로 했소.내 몸소 그 고달픈 일을 맡으려 했는데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니 무리할 건 없죠.난 앞으로 내 나머지 인생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오.그런데 그 인어 껍질은 언제쯤 벗을 거요? 』 『왜 인어 싫으세요?』 『저승에서 바람둥이에게 가장 가혹한 벌이무언지 아오?』 『…?』 『바로 인어와 살게 하는 거죠.나는 지금 당신을 안고 싶소.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요.』 주미리는 웃으면서 민우의 빰을 살며시 꼬집었다.
『귀여운 분! 밝히는 건 여전하군요.
그러나 여기서 저와의 섹스는 당신에게 별 도움이 안될 거예요.영혼과의 섹스는 자칫 당신의 삶의 기운을 너무 빼앗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당신을 따를게요.』 주미리는바다로 뛰어들더니 바닷속 인어들에게 무어라고 얘기를 하다가 나왔다.인어들은 섭섭한 듯 손을 흔들며 주미리를 전송했다.주미리가 물 속에서 민우에게 말했다.
『작별인사를 하고 왔어요.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민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누가 좋을까.백설공주,클레오파트라,도로시,아름다운 공주,성냥팔이 소녀,작은 아씨들,소공녀,코제트….민우는 어렸을 때 동화를 읽으면서 꼭 만나고 싶었던,성적으로 자극받았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그러나 딱이 마땅한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본모습으로 돌아와요.나는 현실 그대로의 당신 모습이 좋소.』 『아마존의 여인들같이 발가벗은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설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