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그건 그렇다.주미리가 죽은후 그녀가 세상에 없는 것을 내심 기뻐한 적도 있었다.그녀가살아있다면 민우는 그녀와의 분석시간에 항상 모든 마음의 사실을고백해야 했을 것이다.그러면 아마도 그동안 누 렸던 자유로움을만끽한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주미리의 그 심각한 표정에….
『그래도 할 수 없죠.나는 이미 당신의 포로니까….』 민우가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주미리가 웃으면서 민우의 품에 안겼다.
『처음엔 죽은 후에도 당신의 광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행여 당신이 정신병이 재발하거나 이상(異相)정신과 의사가 되지 않게.그러나 당신 속에 들어오면서그 마음은 바뀌었어요.이 세상의 진실은 짧죠.당 신 마음 속에이토록 아름다운 동화가 가득하다면 당신이 다시 정신병적으로 악화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또,당신은 지금 별다른 욕심도 없잖아요.』 『이제는 메시아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하기로 했소.내 몸소 그 고달픈 일을 맡으려 했는데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니 무리할 건 없죠.난 앞으로 내 나머지 인생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오.그런데 그 인어 껍질은 언제쯤 벗을 거요? 』 『왜 인어 싫으세요?』 『저승에서 바람둥이에게 가장 가혹한 벌이무언지 아오?』 『…?』 『바로 인어와 살게 하는 거죠.나는 지금 당신을 안고 싶소.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요.』 주미리는 웃으면서 민우의 빰을 살며시 꼬집었다.
『귀여운 분! 밝히는 건 여전하군요.
그러나 여기서 저와의 섹스는 당신에게 별 도움이 안될 거예요.영혼과의 섹스는 자칫 당신의 삶의 기운을 너무 빼앗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당신을 따를게요.』 주미리는바다로 뛰어들더니 바닷속 인어들에게 무어라고 얘기를 하다가 나왔다.인어들은 섭섭한 듯 손을 흔들며 주미리를 전송했다.주미리가 물 속에서 민우에게 말했다.
『작별인사를 하고 왔어요.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민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누가 좋을까.백설공주,클레오파트라,도로시,아름다운 공주,성냥팔이 소녀,작은 아씨들,소공녀,코제트….민우는 어렸을 때 동화를 읽으면서 꼭 만나고 싶었던,성적으로 자극받았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그러나 딱이 마땅한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본모습으로 돌아와요.나는 현실 그대로의 당신 모습이 좋소.』 『아마존의 여인들같이 발가벗은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