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회사 대장정] 9. 엇갈린 한·중 신발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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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발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은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전통적 신발강국인 한국과 대만은 1990년대 이후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심화 등으로 생산기지를 중국과 동남아 국가로 이전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후발 개도국의 신발생산과 수출이 크게 증가해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중국은 2002년 기준 128억켤레를 생산, 세계 신발생산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반면 한국 신발산업은 90년대부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종업원 수는 90년 18만명에서 2001년 3만3000명으로 줄었다. 수출액도 90년 43억달러에서 2001년 7억달러로 감소했다. 총수출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중 6.6%에서 0.5%로 위축됐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 제2위의 신발수출대국에서 최근에는 10위권으로 하락했다.

한국.대만 등의 하락과 중국.인도네시아 등의 부상은 세계 신발 시장에 국제 분업화를 가져왔다. 세계 유명브랜드 업체들은 고가 신발을 소량 생산하거나 디자인.마케팅에 주력하고,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중저가 제품의 대량 생산을 맡는 식이다. 중간에 위치한 한국과 대만 등은 소재.부품이나 특수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재편에 따라 국내 신발업체들도 골프화.스케이트화.등산화 등의 특수신발과 부품 및 소재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수한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계적인 브랜드상품을 갖지 못한 채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방식 위주의 생산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 신발산업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부산이 지역특화산업으로 재기하려 힘쓰고 있지만, 범용신발 분야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기술개발과 전문인력양성을 통해 특수화 생산.소재.부품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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