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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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양 초등학생 납치·살해 사건과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용의자들의 범행 동기는 개인의 병적인 성격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에 범행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공통점도 드러났다. 언제라도 어린 자녀들이 범행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경찰력이 범죄를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 미성년자 납치·유괴·살해나 성폭력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에만 아이들의 안전을 맡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스스로가 보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05년 2695건이던 14세 미만 실종아동 건수는 지난해 8602건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생사는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다. 부모들 가슴은 타들어가고,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린이 성폭력 범죄도 연간 1000건을 넘나들고 있다. 이에 전북도교육청은 지난달 학부모 100여 명이 참여하는 청소년선도위원단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이다. 전남 순천시는 최근 65세 이상 노인 206명으로 ‘호랑이할아버지단’을 만들어 아이들 보호에 나섰다. 수십 개 지자체가 이 같은 자율 방범체제를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다. 일본의 지자체들은 상점 주인이나 노인들이 등·하굣길 학생들을 지켜보도록 유도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마다, 동네 골목마다 스스로가 눈을 뜨고 지킬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들도 정치는 그만두고 이런 일에 앞장서야 한다.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가 밑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방자치다. 예방을 경찰에만 맡길 수 없다면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