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對中미소 정치따로 경제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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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독일을 방문중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간만에 흐뭇한 외국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의 얼굴 모습에선 최근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골치를 썩이던 미국때문에 생긴 두통이 확 가신듯한 밝은 표정을 읽을 수 있다.「江주석 맞이」에 세심한 신경을 쓴 독일측의 유난스런 손님맞이 때문이다. 최근 獨정부는 江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중국모시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만일에 일어날지 모를 반중(反中)시위를사전 차단하는 한편 미국과 국제인권단체들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앞으로 對중국 접촉에서 정경(政經) 분리 노선을 고수할 방침』(킨켈 외무장관)이라고 시사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독일이 중국에 납작 엎드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니라 「중국달래기」를 통해 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인다는 독일의 실리적인 계산과 더불어 앞으로 세계경제의 주축으로 유력시되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장기포석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紙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등은 분석하고 있다.독일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연간 36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특히올해는 중국측의 긴축재정 탓으로 독일의 對중국 수출액이 지난해수준인 7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독일측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3일 江주석의 메르세데스 벤츠社 방문중에체결된 10억달러 규모의 中.獨자동차 합작설립건은 「중국달래기」의 가시적 성과로 평가된다.이 계약으로 獨자동차업체는 미국을제치고 중국시장을 선점해 아시아진출기반을 확고 히 다질 수있는계기를 마련했다.이밖에도 독일측은 江주석의 방독기간중 총 50억달러 어치의 투자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중국측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 「떨어지는 나뭇잎도 비켜가는」식의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柳權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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