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 붕괴현장에 몰려드는 역술가들 골치아픈 대책본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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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게 마련이다.
하물며 삼풍백화점의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더미속에 생사도 모르는 남편과 아내.부모형제.자식들을 둔 남은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이야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
남들은 죽음의 사지속에서 살아나오는데,건강히 살아나와 가족들품에서 그토록 해맑은 웃음을 짓는데,우리 피붙이는… 하는 생각에 실종자 가족들은 밤을 잊은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한데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선 최명석(崔明錫)군과 유지환 (柳智丸)양의기적의 생환이후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점쟁이.역술가.초능력자등이 앞다퉈 찾아와 『이곳을 파라』『저기에 살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崔군과 柳양이 발굴되기 직전 대학교수인 기(氣)철학자와 수녀등이 『생존자가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보도된뒤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
12일만 해도 이스라엘 소년 초능력자를 비롯해 10여명의 「도사(?)」들이 찾아왔고 이중 일부는 직접 발굴현장에 들어가기도 했다.사고대책본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다.
발굴이 지지부진한 마당에 『생존자가 있다』는 주장을 외면했다정말 생존자가 나올경우 쏟아질 비난을 감당키 어렵고 그러나 이들 말대로 마구잡이로 땅을 파다간 발굴작업 자체가 엉망이 되기때문이다.초능력의 세계를 믿고 안믿고는 자유다 .그러나 이처럼갑작스레 영감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떠는건 아무래도 뒷맛이 개운찮다.
『아무렇게나 떠벌려 대고 나중에 자신들이 점찍은 곳에서 생존자가 나왔다고 선전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한 현장 구조대원의말이다.이번 사고를 이용해 어쭙지않은 자신들의 신통력을 광고하려는 그런 사람들은 제발 없길 바란다.
〈金俊賢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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