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계복귀 선언을 보는 民自-食言맹공속 이득계산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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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은 그동안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의 정계복귀문제에대해 침묵을 지켰다.6.27지방선거까지는 金이사장을 격렬히 비난하다 그이후에는 입을 닫았다.
그런 민자당이 13일 金이사장에 대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金이사장이 자신의 계보모임에서 정계복귀를 공식화하는 발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춘구(李春九)대표는 한마디만 했다.『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전부다.아마 이것으로 모든 의미를 함축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 『국민을 우롱하는,부끄러움을 모르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공격했다.『끝없는 거짓말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치인이 다시 지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김운환(金운桓)조직위원장은 『자만과 오만에 찬 행동』이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강용식(康容植)대표비서실장은 『전국민이 삼풍붕괴로 슬픔속에 잠겨있어 자숙해야 할 때 오히 려 그틈을 이용해 복귀를 선언했다』고 아프게 꼬집었다.민자당은 金이사장의복귀명분인 「국정혼란과 제1야당의 기능회복주장」도 반박하고 있다.『나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과 독선에서 나온 결론』이라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두前대통령을 들며 『나아니면 안된다던 두 지도자는 그런 생각 때문에 장기집권을 꾀하다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쳤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복귀를 비난하는 민자당은 그러나 金이사장의 복귀자체가자신들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인 것 같다.무엇보다 金이사장의 은퇴번복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보기 때문이다.많은 민자당 지구당위원장들은 6 .27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金이사장의 신당에 대해서는 등을 돌릴 것으로 보는 모습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위원장들은 『캄캄하던 상태에서 한줄기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金이사장에 대한 민자당의 공격은 앞으로도 상당히 자제된 톤으로 나올 전망이다.
金이사장의 발언번복을 유권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반사이익에만 집착하다가는 여론의 비난이 같은 무게로민자당에 가해질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6.27선거직후에는 선거패배의 충격과 함께 「악역」을 맡지 않으려는 민자당 당직자들의 태도가 소극적인 반응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이같은 대응이 오히려 강공(强攻)보다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金敎俊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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