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위기" "지옥같은 내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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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엎치락 뒤치락 요란하기만한 할리우드 코미디와 달리 프랑스코미디는 아기자기하다.특히 프랑스 여성감독들의 작품에는 세상사를 은근히 꼬집으면서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성이 배있다.
『위기』(우일)와 『지옥같은 내 인생』(SKC출시)은 각각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힘겹고 각박한 삶을 풍자한 작품.
『위기』는 중년 변호사 빅토르가 어느날 아침 아내의 가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출근해보니 유능해서 봉급이 많이 지불된다는 이유로 해고된 상태.위로받으러 간 시골어머니는 이제부터 나만의 삶을 살겠다며 연하의 남자와 집을 나갔 고 친구들은모두 바빠 그의 넋두리를 들어줄 수가 없다.여기에 그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귀찮게 구는 무일푼 부랑자까지 있으니 정말 미칠지경이다.
『지옥같은 내인생』도 『위기』 못지않게 꽉 막힌 상황이다.괴팍한 치과의사의 조수로 일하는 레아는 연애 한번 못해본 뚱보 노처녀.성형수술로 나날이 예뻐지는 엄마의 구박,옆방 남자의 요란한 성생활,돈만 밝히는 정신과 상담의등 스트레스 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내일 죽더라도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날씬한 몸을 갖고 싶어 지옥에서 온 사자에게 영혼을 판 레아는 일이 점점 꼬이는 것을 느낀다.
『위기』는 『세남자와 아기바구니』『로말드와 줄리엣』으로 흥행.비평계를 석권한 콜린 세로 감독 작품.『지옥같은 내인생』은 『내겐 너무 예쁜 당신』에서 뚱보 여비서로 출연했던 조지안 발라스코가 주연.감독을 겸한 작품이다.둘다 배우출신 여류감독으로직접 시나리오까지 썼다.기발한 소재를 좋은 연기자를 통해 영상화하고 해피엔딩으로 마감한 연출감각이 돋보인다.
〈비디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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