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영화산업 높은 경쟁력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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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승용차나 가전제품 같은 하드웨어로 세계를 재패한 일본이 소프트웨어에서는 미국에 맥을 못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약한 일본이 유독 자신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만화영화산업이다. "도라에몽""크레용신찬"과 같은 만화영화는 이미 유럽.동남아 등지로 수출돼 일본만화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동양경제誌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만화영화 "드래건볼"과 "세라문"이 TV를 통해 미국전역에 방영될 예정이어서 바야흐로 만화의 본산지인 미국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공략하게 된다.
일본 만화영화의 잠재력은 이미 미국에서 일어난 「파워 레인저」 돌풍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파워 레인저는 93년 미국 TV에 처음 등장한 이래 어린이용 프로그램에서 1년 이상 수위를 놓치지 않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일본의 만화영화가 국제시장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파워 레인저와 세라문을 제작한 도에이 만화영화(東映動畵)의 도마리 쓰토무(泊懋)사장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거기서 살아남은 최고작품들이 수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실제로 일본 만화영화가 외국으로 수출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5차례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첫번째 관문은 출판사들의 현상응모.한 출판사가 주관하는 현상응모에 만화를 출품하는 만화가만도 수천명에 이른다.이 가운데 출판사의 현상응모를 따내는 만화는 수십편에 불과하다.
출판사의 낙점을 받아 연재되는 만화는 다음 단계로 독자들의 인기투표라는 관문을 뚫어야 한다.여기서 낙제점을 받으면 연재는당장 중단된다.
운 좋게 장기연재에 성공하더라도 TV만화영화로 채택되거나 만화주인공을 본뜬 완구가 잘 팔리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종관문은 TV용으로 제작된 만화영화가 최소한 1년 이상 오후7시의 최고 격전(激戰)시간대에서 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마지막시험을 통과한 만화영화는 2~3개 정도가 남고 이 가운데 1~2개가 해외시장으로 수출된다.
〈鄭 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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