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으며 야구야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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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80년대 OB 감독할 때, 홈이었던 대전구장 외야석은 의자가 없고 그냥 흙더미였어. 팬들이 그 위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경기를 보곤 했지. 심지어 선수를 불러올려서는 술 한잔 받으라고 했어. 지금 생각하면 다 낭만이지.”

김성근 SK 감독은 지난달 열린 시범경기 도중 이렇게 과거를 회상했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야구를 보는 것은 이제 영영 불가능할까.

SK가 이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천 문학구장 외야석에 ‘삼겹살 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겹살을 직접 구워 먹기는 어렵겠지만 외야석 상단에서 고기를 구워 팔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디어는 ‘회식 장소를 야구장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데서 나왔다. 야구장에서 고기와 맥주를 먹으면서 회식을 한다면 새로운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참고 대상은 미국 마이너리그였다. 지난해 SK 직원들이 찾았던 한 트리플A 구장에서 힌트를 얻었다. 너비 20m의 외야석 상단 통로에서 바비큐를 파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한다.

문학구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시설관리공단도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학구장의 외야석 의자 중 상당수를 뜯어내야 한다. 인천시와도 협의해야 하고, 안전 문제도 걸림돌이다.

이미 문학구장에 어린이 팬들을 위한 트램열차 무료운행 계획을 밝힌 SK 와이번스다. 올 시즌 ‘행복한 야구장 만들기’를 컨셉트로 정하고 스포테인먼트를 펼치고 있는 SK가 어떤 결실을 거둘지 다른 구단들도 주시하고 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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