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속멍드는中企>下.총체적 경쟁력 약화가 가장큰 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중소기업의 영해(領海)는 점점 좁아지고 공해(公海)는 넓어지고 있습니다.공해에 나가 다른 배(대기업.외국기업)와 경쟁하며 고기를 잡으려면 선박(자본)과 그물(기술)이 좋아야 하는데우리 중소기업은 어느것하나 내세울게 없어요.공해 진출은 커녕 영해도 빼앗길 판입니다.』 풍원OA산업 김희일(金熙日)사장은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이같이 비유한다.
자본.기술력이 열세인데다「정책금융」「중소기업고유업종」「단체수의계약」등 보호막이 점차 걷혀지면서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으로 외국기업이 물밀듯 들어오기 때문에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최근 기협중앙회가 1천3백여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1.4분기 중소기업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경영상겪는 애로점으로 제조원가 상승,판매부진,대금회수지연을 가장 많이 들었다.
원료값은 급격히 오르는데 판매는 부진하고 그나마 판 제품가격의 회수도 잘 안된다는 것이다.
기협중앙회 최하범(崔夏範)차장은『94년이후 주요 원자재인 합섬원료나 목재.목재가공품.플라스틱원료.펄프.철근등 기초소재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2백%이상 올랐으나 중소기업들이 만드는 제품값은 기껏해야 10~20%정도 증가에 그쳐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최동규(崔棟圭)부원장은『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나 분명한 것은 기업의 총체적인 경쟁력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력난과 자금난도 물론 문제지만 제조공정이나 제품개발능력.디자인능력.기술력.마케팅능력등 총체적인 경쟁력이 뒤지기 때문이며대책도 이같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제품개발,생산성향상등 중소기업 차원의 노력도 절대 필요하지만 경영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나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이 지원해야할 몫도 크다(서강대 경영학과 池龍熙교수).
池교수는 특히『중소기업들이 제품개발.생산성향상에 전념할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은 기술정보나 판매를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崔부원장은 만성적인 자금난과 관련해『중소기업들이 물건값으로 받은 어음은 중소기업특별세를 신설해서라도 정부재정에서 충분히 사줘야(할인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사장은『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여러가지 있지만 전체적인 기술력의 격차가 큰 문제』라며 당장 기술이 필요한 기업에 해외기술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송가구의 노태상(盧泰相)회장은『모든 중소기업이 자재구매에서생산.판매를 독립적으로 하는 것은 엄청난 비효율』이라며『이탈리아 중소기업들처럼 품목을 세분해 전문생산체제를 갖추거나 단지화해 물류비용 절감과 정보의 공유등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할 필요가있다』고 제안했다.
〈洪源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