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 생환 崔明錫군발견~구조 숨막힌 130分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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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기 사람 있어요.』 희미하지만 분명 사람의 소리였다.처참한 콘크리트 잔해를 뚫고 울려퍼진 생명의 절규였다.
휴일인 9일 오전6시10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지하에서 들려온 이 한마디는 숨막힌 구조작업을 이끌어냈고 온 국민을 환호로 들뜨게 했다.잔해 철거를 위해 성도건설 포클레인 기사 한상규(韓相圭.29)씨가 상판을 들어내는 순 간 구조반은귀를 의심해야 했다.기계소음에 섞여 들릴락 말락한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119구조반과 작업진은 10여분간 숨소리를 죽인채 「목소리의 주인공」을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어 발걸음을 옮기려는순간 다시 지하에서 『사람 살려』라 는 또렷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구조반이 미친듯이 흩어져 수색작업을 벌인지 10여분.오전6시30쯤 김명완(金明完.31)서울도봉소방서 구조대원의 입에서 『구멍이 있는데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흥분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자 시체를 발견한 곳에서 불과 3~4m 정도 떨어진 곳에 어린아이 머리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이 발견됐다.구조반원들은 손전등으로 칠흑같은 구멍속을 살폈다.희미하게 사람의 왼팔이 보였다.
경광숙(景光肅.41)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 목이 터져라 『안에누구 없소』를 외쳤다.이내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살려주세요….』동시에 환호성이 터졌다.
『이름은.』『최명석(崔明錫)이오.』『물좀 주세요.』『물 대신물 수건을 줄테니 입만 적시세요.』 이어 본격적인 구출 작업이시작됐으나 바로 문제가 생겼다.
구출작업을 펴려던 구멍이 지름20㎝ 정도에 불과한데다 자칫 구조작업중 건물 잔해가 무너져내리면 「그것으로 끝」이었기 때문이다.고민하던 景구조대장은 崔군 머리쪽의 여자시체를 발굴하면서생긴 공간을 통해 작업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작업지시 직후 10여명의 구조반은 해머드릴.산소용접기.유압절단기등을 동원해 가로 1.5m,세로 1m,두께 40㎝정도의 상판을 조심스럽게 뜯어내기 시작했다.
오전8시20분쯤 사투끝에 상판제거작업을 완료한 구조반은 드디어 崔군을 지상으로 끌어냈다.
〈表載容.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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