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참사 붕괴.구조.통곡의 11일 이 悲劇 다시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사망.실종 4백20여명,부상 5백60여명.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전쟁상황을 방불케하고 있다.피해정도로 보나 사고에 담긴 인간성 상실 의미로 보나 우리에게 던져준 상처의 깊이는 엄청나게 크다.
붕괴 11일째인 9일에도 붕괴현장에선 차마 말로 전하기 힘든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이 전개되고 있다.
발굴되는 시체의 얼굴들은 대부분 가족들조차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심하게 뭉개져 있다.
시체에서 떨어져 나간 팔.다리가 여기저기 나뒹굴기도 한다.구조작업과 방역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시체들이 부패하며 나는 악취때문이다.
지하에선 아직도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나온다.발굴작업이 진행되면 아마도 새카만 숯덩이가 돼버린 시체들도 나올 것이다.
아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갔던 아버지,백일도 안된 아들을 남겨둔 젊은 엄마,대(代)를 이어야할 5대독자,물건을 팔던 나이어린 여종업원들….
사망자와 실종자의 사연은 어느 것하나 서글프고 안타깝지 않은것이 없다.
유가족들은 이미 넋이 나가버렸다.실종자 가족들은 더이상 나올눈물조차 없다.
망자(亡者)들의 원혼도 쉽게 이승을 떠나지 못하겠지만 남편과아내,아버지와 어머니,아들과 딸들을 가슴에 묻은 남은 가족들은한평생 고통을 곱씹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 땅에 다시는 이같은 슬픔이 재발돼서는 안될 것이다.곳곳에부실이 널려있어 불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정말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고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이번 사고를 가슴 속에 새롭게 새겨야 한다.무엇이 잘못돼 이같은 처참한결과를 초래했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들쳐보고 채찍질해야 할 것이다. <주기중,신인섭,김경빈,김상선,방정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