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여부 결정 장기화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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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은 빨라야 4·15 총선이 끝난 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고,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작업 등 헌재의 사건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한달 이내에 심리를 마무리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 17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되는 점도 헌재의 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오는 18일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하는 평의 (評議)를 열어 이번 사건 심리 계획을 토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 심리 일정은 물론 盧대통령에 대한 출석 요구 여부도 함께 정해질 것 같다.

그러나 보통 사건의 경우 평의가 있은 뒤 곧바로 첫 변론 기일을 지정할 수 있으나 이번 경우는 총선 선거운동 기간 때문에 첫 변론기일이 예상보다늦게 잡힐 공산이 커 보인다.

재판관들의 평의는 일종의 내부 회의여서 총선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없지만 공개변론의 경우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총선 기간중에 공개변론이 열릴 경우 진행 내용에 따라 국회와 盧대통령측의 공방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헌재가 내부적인 자료수집 등은 총선 기간중에도 계속하면서도 공개변론은 이번 사건이 미칠 정치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총선 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가 이번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3~4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998년 김종필 당시 총리서리 임명을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경우 심판 청구가 제기된지 17일만에 첫 변론이 열리고 4개월여만에 최종 결정이 나왔다.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 사유인 선거법 위반,측근 비리,국가 경제파탄 책임 등 세 가지 사안이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한 잘못인지를 검증하는 작업도 간단치 않다.

측근비리의 경우 盧대통령이 취임후 직무집행 과정에서 이에 연루됐다는 혐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제파탄 부분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盧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 ‘열린우리당 지지 요청’발언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 같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黃道洙·법학박사)변호사는 “헌재는 가능한 기간을 단축하려고 하겠지만 측근비리 심리 및 총선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어 총선전에 끝내는 것은 불가능해 최종 결론이 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의(評議)=헌재 재판관들이 사건 심리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말한다.주심 재판관이 사건에 대한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면 다른 재판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특정 사건에 대한 결정도 평의에서 도출된다. 통상 매주 목요일에 열린 평의는 올들어 2주에 한번씩으로 바뀌었다. 재판관들이 합의하면 개최 간격은 바뀔 수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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