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SBS 심야 음악프로그램 ‘ … 초콜릿’ 진행 맡은 배우 김정은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잠들기 전, 편안한 음악 한 곡 듣는 그런 기분 선사할게요." 지난달 27일 서울 순화동 프레이저 플레이스에서 만난 배우 김정은. [사진=최승식 기자]

“여기는 김정은의 초콜릿이고요, 저는 김정은이란 사람입니다.”

지난달 11일 SBS 심야 음악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매주 화, 밤 12시30분) 첫 회에서 MC 김정은이 건넨 인사말은 이랬다. “김정은입니다”도 아니고 “김정은이라는 사람입니다”였다. 3회에서는 가수 이소라의 열창이 끝나자 “(노래가) 너무 훌륭해서 할 말을 못 찾겠어요”라며 역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이소라가 물을 마시고 나자 “물 다 드셨으면 제가 (병 뚜껑) 닫아드릴게요”라고도 했다. ‘제발’이 흐를 땐 눈가를 슬쩍 훔치기도 했다.

‘MC 김정은’은 이처럼 많이 떨고, 자주 들뜬다. 좋아하는 곡, 만나고 싶던 가수가 나올 때마다 그의 어깨는 저절로 들썩인다. “프로답지 못하게 MC가 너무 감정이입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김정은 스스로 “(게스트에게) 굽실거리는 진행”이라고 부르는 소박한 스타일 때문에 ‘초콜릿’을 본다는 사람들도 많다. MC이기 이전에, 팬인 그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초콜릿’은 심야 프로로서는 이례적으로 첫 회 4.6%(AGB닐슨미디어리서치)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에 굉장히 몰입된 인상이다.

“맞다. 2000년 M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를 한 이후부터 음악프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청취자와 나 사이에 1대1로 맺어지는 듯한 관계가 정말 좋았다. ‘초콜릿’도 그런 분위기였으면 한다.”

-게스트에게 너무 저자세(?)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렇게 굽실거리지’하기도 한다(웃음). 너무 좋아서 그러는 것 같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니 ‘서툴고 어색하다’는 지적과,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다’는 옹호가 갈리던데.

“이소라씨를 만났을 때는 워낙 열혈 팬이다 보니 잠시 정신을 놓았다(웃음). MC로서 좀더 세련되고 다듬어진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물론 느낀다. 하지만 방송인이나 음악인이 아닌 사람이 MC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전문방송인처럼 매끄러운 진행이나 버라이어티 프로처럼 3초마다 터지는 웃음, 이런 건 우리 프로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다소 서툴지만 편안한 진행’은 일종의 설정?

“아니다. MC든 관객이든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 공연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마음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녹화할 때는 물도 제대로 못 마신다. 제작진이 ‘노래 나가는 중간에 물 먹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 공연장 분위기 확 깬다’고 해서다. 노래 나갈 때도 무대 뒤로 들어가지 않고 쭉 지켜본다. 자청한 건데, 해보니 무지 힘들다.”

-첫 방송에서 피아노 치면서 박혜성의 ‘도시의 삐에로’를 불렀는데.

“1970∼80년대 노래를 워낙 좋아한다. 17일 열리는 듀란듀란 콘서트도 예매했다. 2002년 ‘가문의 영광’할 적에 ‘나 항상 그대를’과 ‘도시의 삐에로’ 두 곡 중에서 고민하다 ‘나 항상 그대를’을 골랐다. 그때 못 불렀던 노래를 이번에 한 것이다. 플루트를 전공한 동생 친구들이 앞부분에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게 편곡해줬다.”

-연기할 때 음악의 힘을 빌릴 때가 있는지.

“나이 들수록 무슨 일에든 무뎌지고 의연해지는데, 그런 내 모습이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음악을 듣는다. 지난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촬영장에서는 이어폰을 꽂고 조수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을 거듭해서 들었다.”

-‘우생순’때 10㎏을 찌웠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연기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우생순’의 혜경은 그전까지 내가 해오던 상큼 발랄한 역할이 아니었다. 자존심 강하고 잘난 척도 좀 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동안 내 이미지는 일상의 느낌과 거리가 있었는데, 그걸 보완하려면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우생순’ 때 핸드볼 시합 장면을 몰아서 찍은 후 드라마 부분의 대부분을 찍었는데, 시합 전에 찍은 장면과 비교하면 눈빛이 다르다. 아, 믿을 건 몸밖에 없구나, 배우가 뭘 하고 뭘 생각하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는구나 하는 사실을 절감했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