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161,163의 鬼手로 천지대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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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8보 (155~172)]
白.朴永訓 5단 黑.趙治勳 9단

155 찌르고 157 틀어막는다. 조치훈9단의 내면에서 불꽃이 일렁거리고 있다. 158 단수치고 160 돌파한다. 박영훈5단은 돌연한 사태에 가슴이 뛴다. 그러나 이 160의 돌파만은 기세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곳을 나가지 못하면 어떤 바둑을 이기랴!

그러나 161로 푹 들어오는 수가 마치 화롯불에 달궈진 비수처럼 섬뜩하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이런 수는 처절하다. 조치훈처럼 치열한 사람이 아니라면 애당초 이런 수는 연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162 따냈을 때 163쪽을 끊은 수가 패를 키운 수이자 趙9단이 준비한 노림수. 趙9단은 이 기회에 아예 산불을 일으켜 판을 몽땅 태워버리려 한다. 약간 불리한 계가는 아예 포기하고 단번에 승부를 보자는 것이다.

유리했던 박영훈으로선 이 같은 사태 전개에 일순 당황하는 모습이다. 163은 확실히 놀랄 만한 변칙이었다. 166에 이르러 드디어 천지대패. 이 판은 천지를 가르는 패가 도대체 몇번째인가. 168로 패를 썼을 때 검토실에서 '참고도'처럼 불청하면 흑이 오히려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국면이 의외로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趙9단은 그러나 169로 패를 받았고 대신 171, 173에서 대가를 찾았다. 우상과 우변이 서로 쑥대밭으로 변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검토실에서도 누가 유리하냐고 아우성이다(164.170=△, 167=▲).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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