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재서 '한국영화사'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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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역사가 처음으로 영미권의 권위있는 세계영화사 교과서에 비중있게 다뤄졌다. 또 영어로 쓰인 한국영화 연구서가 미국에서 잇따라 출판되는 등 최근 한국영화의 성과가 세계 영화학계의 연구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대학들의 봄학기 개강에 맞춰 네 번째 개정증보판이 출간된 데이비드 쿡(에모리대학 교수)의 저서 '세계영화사'(A History of Narrative Film)에는 5쪽에 걸쳐 한국영화사 개요를 수록했다. 이 책은 데이비드 보드웰.크리스틴 톰슨 교수의 공저 '영화사 입문'(Film History: An Introduction),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낸 '옥스퍼드 세계영화사'(The Oxford History of World Cinema)와 더불어 영미권 대학에서 영화사 교과서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1120쪽의 입문서다. 이에 앞서 지난해 보드웰.톰슨의 '영화사 입문' 개정판에서도 약 2쪽에 걸쳐 '남한영화'란 제목으로 한국영화가 소개됐다.

쿡 교수는 한국영화가 1920년대 일제하에서 시작됐지만 43년 이전의 영화들은 남아있는 게 없고, 서양에도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80년대 이후 해외영화제 참가를 장려하는 정부정책과 검열의 완화에 힘입어 뉴코리안 시네마 혹은 코리안 뉴웨이브가 탄생하게 됐다고 서술하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리얼리즘 미학으로 접근한 장선우.박광수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장선우는 정치적 참여와 형식의 실험으로 오즈 야스지로, 장 뤼크 고다르 감독과 비교됐으며 박광수는 '칠수와 만수' 등 사회성 코미디를 비롯해 '그섬에 가고 싶다''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재수의 난' 등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다큐멘터리 미학을 도입한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쓰고 있다. 이 밖에 90년대의 주요한 감독으로는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을 만든 홍상수 감독이 거론됐다.

쿡 교수는 뉴코리안 시네마의 세대는 아니지만 거기에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 임권택을 꼽았다. 한국에서 유일한 세계적 수준의 감독으로, 존 포드가 할리우드산업을 대변했듯 한국영화 산업 전체를 요약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 동아시아어문학과의 김경현 교수는 최근 80년대 이후에 나온 대표적인 한국영화 25편의 분석을 통해 한국영화가 새로운 남성성을 추구한다는 논지를 담은 연구저서 '한국영화의 재남성화'(Remasculinization of Korean Cinema)를 듀크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했다.

이남(재미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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