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성 공연한 엑스재팬, 11년 만에 용솟음친 록의 활화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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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완전 연소’였다. 더 이상 태워버릴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리더 요시키(43·사진)는 옛 버릇 그대로 드럼을 때려부수더니, 앙코르곡 ‘아트 오브 라이프’(Art of Life)를 부른 직후 드럼 위로 쓰러졌다. 탈진한 그는 무대 밖으로 실려나갔다. ‘엔드리스 레인’(Endless Rain)을 듣지 못한 아쉬움은 컸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28일 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록의 전설’ 엑스재팬의 재결성 공연 ‘공격 재개 2008’. 무대 문제로 예정보다 2시간 17분 늦게 시작했지만 5만 명이 들어찬 객석은 차분했다. 11년 만의 재회를 축하하는 감격 때문이었다.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요시키·토시(43)·파타(43)·히스(40) 네 명의 멤버는 전성기 때의 파워 넘치는 사운드로 도쿄돔을 광란의 장으로 만들었다. 짙은 화장에도 감춰지지 않는 멤버들의 주름은 고막이 터질 듯한 드럼 비트와 현란한 현의 테크닉 앞에 무색했다. 이들은 97년 12월 31일 이곳에서 해체를 선언하며 불렀던 ‘더 라스트 송’(The Last Song)을 시작으로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해체 직후인 98년 자살해 큰 충격을 줬던 히데도 이번에 부활했다. 카리스마 넘치게 기타를 연주하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재현됐다. 히데가 살아 돌아온 듯한 무대를 보며, 관객들은 ‘히데’를 외쳤다. 홀로그램 재현 비용만 15억원. 30일까지 사흘 공연에 250억원이 들었다. 분위기는 보컬 토시가 요시키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위다웃 유’(Without You)를 부를 때 절정에 달했다. 히데를 추모하기 위해 요시키가 만든 곡이다. 이날 처음 연주됐다. 이어 선보인 ‘아이 비’(I.V.)는 엑스재팬의 부활을 선언한 신곡이다.

요시키는 공연 직후 간담회에서 “엑스재팬의 스피리트(정신)가 충만한 공연이었다”며 “무대에 히데의 모습이 재현될 때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엑스재팬은 8월 내한공연을 한다.  

도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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