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붕괴 현장검증-지반침하 가능성 희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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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일새벽 실시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한 전문가들의 현장검증은 총체적인 부실시공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붕괴원인규명감정단(단장 金德在중앙대교수)과 이경재(李炅在)서울지검 형사1부장을 비롯한 검.경 관계자 20여명이 이날 새벽5시30분 붕괴현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흉물스런 잔해위로 치솟고있는 매캐한 연기가 목구멍을 메워왔다.감정단은 서둘러 코어벽(내력벽)채취.슬래브(바닥판)절단.강도측정.슬래브와 코어벽 연결부위 조사등 4개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압축강도가 통상기준치의 절반에 불과한 1백10~1백50㎏/평방㎝밖에 안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붕괴부위 콘크리트에 대한 강도테스트가 실시됐다.벽에다 두드리면 자동으로 강도가 측정되는 20㎝크기의 슈미트해머가 이용됐지만 손으로 만져도 부서지는 것이 있었다.
감정단은 또 30~40㎝ 간격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1~5층 슬래브 일부를 시료로 쓰기 위해 채취했다.
『백화점 건물을 이처럼 부실하게 짓다니…』하는 누군가의 말에시료채취중이던 감정단과 조사검사들은 한결같이 부실시공에 분노했다.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붕괴된 A동 남쪽에 매달려 있는 내부원기둥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고 그 밑으로 철심만 삐죽이 나와 시공때 기둥과 기둥을 제대로 연결조차 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남아있는 내벽 곳곳의 균열및 구멍도 바닷 모래나 물탄 레미콘등 부실자재를사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절로 불러일으켰다.
한 감정단원이『붕괴된 슬래브 곳곳에 제대로 된 골재가 아닌 쇄석(채석장에서 깬 돌)을 사용했다.쇄석이 사용될 수 있지만 너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감정단이 이날 채취한 시료는 철근 12개와 슬래브.기둥골조 잔해 다섯부대 분량이 다.
감정단의 정재철(鄭在哲.국민대)교수는 코어벽과 슬래브를 연결하는 앵커가 1층부터 4층까지 통째로 빠져버린 부위를 가리키며『무량판 구조에서 중점을 둬야 할 연결부위가 부실시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鄭교수는 그러나『건물앞쪽으로 옮겨진 냉각탑은 정상적인 구조계산하에 이동된 만큼 냉각탑 85t 하중은 구조역학상 별 문제가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그는 또『지하 20m의 지하 4층은 단단한 암반층으로 지반이 약해 침하됐다고 보 기는 어렵다』며 지반침하로 인한 붕괴 가능성을 부인했다.
2시간여에 걸친 검증을 마친 감정단은『중간감정 결과는 7월말,최종감정결과는 9월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국민적 관심이큰 만큼 최선을 다해 과학적인 분석을 해 나갈것』이라며 현장을떠났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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