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寒心-기가막혀 할말을 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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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寒은 집()속에 사람이 「거적」()을 덮고 누워있는 모습에서나온 글자다.밑의 「」은 두 다리를,(빙)은 「얼음」,즉 「춥다」는 뜻이다.곧 옛날에는 거적을 덮고 잤는데 겨울에는 그나마충분치 않아 추웠음을 알 수 있다.따라서 寒의 뜻은 「차다」「춥다」가 되겠다.한랭(寒冷),한파(寒波),엄동설한(嚴冬雪寒),혹한(酷寒)이 있다.
心은 심장의 모습을 본뜬 전형적인 상형문자다.갑골문을 보면 좌우의 심방.심실이 그림처럼 나타나 있다.따라서 心의 본디 뜻은 「심장(心臟)」인데 옛 사람들은 심장이 사고(思考)를 주관한다고 보았으므로 心은 「생각」「마음」도 뜻하게 되었다.심경(心境),심정(心情),수심(愁心),허영심(虛榮心)등 많다.
따라서 寒心이라면 본디 「차가운 심장」이 된다.옛 사람들은 사람이 극도의 추위를 느끼거나 공포를 느끼게 되면 심장이 뛴다고 여겼다.그래서 寒心은 추위 때문에 심장이 마구 뛰거나 몹시두려워 몸을 떠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심장이 너무 차가워지면 이른바 「기(氣)가 막혀」생명이 위태롭게 된다.그래서 寒心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경우」도 뜻하게 되었다.사람이란 늘 상식의 범주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상식에 반(反)하는 사건에는 「寒心」해질 수밖에 없다.
초호화 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려 1천명이 넘는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했다면 이 역시 「寒心」한 노릇이 아닐까.
寒心의 반대가 열심(熱心)이다.이제 寒心한 사건은 종언(終焉)을 고했으면 싶다.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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