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단 한 경기도 지고 싶지 않다” 빅리그 출신 감독의 선전포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08 프로야구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지난해 우승팀 SK와 LG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7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지난해처럼 팀당 126경기, 전체 504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러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올해는 8개 구단 모두 엇비슷한 전력을 갖추고 있어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SK·삼성·두산·KIA가 4강 후보로 꼽히고 있으나 한화·LG·롯데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이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각팀 감독들은 시즌 개막전에 필승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빅매치는 한화 류현진과 롯데 손민한이 맞붙는 대전 경기.

‘돌아온 에이스’ 배영수(삼성)와 메이저리그 통산 89승의 ‘거물’ 호세 리마(KIA)가 맞대결을 펼치는 대구 경기도 관심을 모은다 .

롯데 새 사령탑 로이스터
한국 예절 익히기 쉽지 않지만 즐거워
“공격보다는 수비 강화 … 올해 4강 자신”

“욕심 같아서는 126경기 모두 지고 싶지 않다. 한국 야구 실력이 만만치 않지만 4강은 무난할 것 같다.”

제리 로이스터(55·미국) 롯데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28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러 보니 한국 야구 실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충분히 4강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영입된 그가 어떤 야구를 펼칠지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과거 기록은 전부 잊어라=로이스터 감독은 1월 초 부임하자마자 롯데 선수들을 출발선에 나란히 세웠다. 그에게 선수들의 과거 기록은 숫자에 불과했다.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거치며 직접 눈으로 선수들을 살폈고, 매일 밤 선수들과 2007 시즌 경기 비디오를 보며 문제점을 집어냈다. 한편으로는 칭찬으로 기 살리기에도 나섰다.

투수들에게는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며 공격적인 피칭을 주문했고, 야수들에게 “빠른 발이 좋다”고 그린라이트(누상에서 자기 판단대로 주루 플레이할 권한)를 주기도 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투수진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고, 공격력보다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비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는 시범경기 주전과 백업 요원 모두를 활용하는 등 탄탄해진 전력을 선보이며 KIA·삼성에 이어 3위(7승5패)를 했다.

◇한국에서 수술대에 오르다=로이스터 감독은 최근 부산 한 병원에서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을 받았다. 미국에 가서 받을까 고민했지만 한국 의료진이 보여준 친절과 신뢰에 마음을 바꿨다. 그에게 한국은 아직 낯설다.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한국을 하나하나 알아 갔다. 선물 받은 한국어 교본을 지금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어는 어렵다. 한번은 불펜투수 배장호를 부르자 외야수 서정호가 달려왔다. “쟁호!”란 발음이 자신을 찾는 줄 알았다고 했다. 문화 차이로 인해 ‘예의 없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는 게 당면과제가 됐다.

시범경기 중 김성근·김인식 등 자신보다 나이 많은 감독들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하며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한번은 삼성 선수들이 다같이 모자를 벗고 꾸벅 인사하자 로이스터 감독도 따라서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골프로 외로움 달래=가족과 떨어져 사는 게 가장 힘들다. 사랑하는 두 딸 크리스티(24)와 캐라(14)가 보고 싶다(로이스터 감독은 4남2녀를 두고 있다). 그래서 가족과 화상 채팅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취미는 골프다. 그는 “지인들과 펀드를 조성해 플로리다에 골프장을 건립하고 있다. 한국에 올 때도 골프채를 꼭 챙겼다”고 말했다. 20세부터 시작한 골프 실력은 핸디 6이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거나 친분을 쌓는 게 좋다고 했다.

제럴드 포드·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과도 라운드하며 인연을 만들었다. 함께 라운드하지는 못했으나 타이거 우즈와도 골프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최경주도 골프 때문에 알게 된 한국인이다.

그는 “한국을 알아 가는 일은 정말 즐겁다. 해변과 골프장이 유명하다는 제주도에는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126경기 모두 지고 싶지 않다=그냥 40여 년간 배운 야구를 그대로 펼칠 뿐이다. 오히려 새로운 야구를 알아 가는 순간순간이 즐겁다.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해 뛰어나갔다 뛰어들어오거나, 투수 교체 시 마운드에 직접 올라가는 모습은 국내 팬에게는 낯설지만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 팬에게 명장으로 남기보다 미국에서처럼 ‘친절하고 열심히 하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허진우 기자

프로야구 주말의 경기

◇ 29일(토) ▶두산(레스)-우리(마일영)(잠실) ▶SK(레이번)-LG(브라운)(문학·SBS스포츠) ▶한화(류현진)-롯데(손민한)(대전·KBS N) ▶삼성(배영수)-KIA(리마)(대구·SBS·이상 오후 2시)

◇ 30일(일) ▶한화-롯데(대전·오후 1시30분) ▶두산-우리(잠실) ▶삼성-KIA(대구·SBS스포츠·이상 오후 2시) ▶SK-LG(문학·오후 3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