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생사몰라 애태우는 실종자 가족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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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알길 없는 실종자들을 찾아 이병원 저 병원을 헤매고 있는 가족들은 마음의 갈피를 못잡고 있다. 피붙이 자식.부모.친척을 찾아 허기와 피로를 잊고 정처없이 발길을 옮긴지 4일이면 6일째가 되지만 생사에는 아무런 기약이 없다.
○…실종자가족 대책협의회 본부가 차려진 서울교대 체육관과 정문,우체국 건물 등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붙인 실종자 사진과 인상착의.연락처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빨강.녹색.주황등 갖가지 색깔의 벽보 3백여장에는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체육관 안에 마련된 5대의 TV를 통해 발굴상황이 보도될 때마다 TV 앞으로 몰려들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느라 바빴다.
삼풍백화점 3층의류매장에 근무하는 최명자(27).정창숙(22)씨의 어머니들은 벽에 붙인 딸의 사진에 얼굴을 부비며『내딸을살려내라』고 통곡,다른 가족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벽보중에는 부인과 자식을 함께 잃은 경우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서울교대 체육관에 모여있던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5백여명은 3일 오후1시쯤부터 지하철 2호선 교대역 네거리에서「구조작업 속개」등을 요구하며 1시간여 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내 자식 내 형제 살려다오」「구조작업 속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교대 운동장에 집결한뒤『구조작업 빨리하라』『생존자를 구출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대역쪽으로 진출,1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이에 앞서 이날 낮12시쯤 실종자가족협의회 대책위원의한 사람인 朴모(36)씨를『가짜 실종자 가족』이라며 집단폭행하는등 40여분 동안 소동을 벌였다.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중 3명의 신원이 며칠째 확인되지않아 실종자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이 안치된 동부시립병원과 보라매병원에는 지금까지 1백여명의 실종자가족들이 찾아오고 병원 영안실에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왔으나 가족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서울서초구 서울교대 체육관에 있는 실종자 가족 5백여명은3일 오전 뜬눈으로 밤을 새웠으나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하자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책위원 12명은 이날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신속한 구조와 복구작업을 위해 구조반이 포클레인을 사용하는데 동의하기로 결정.
이들은『손으로 일일이 구조작업을 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려 생존자가 있더라도 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같이 결정했다』며 『현장작업에는 실종자가족중 건설 기술자들이 참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삼삼오오 체육관과 주변에 모여 구조작업의진행상황과 앞으로의 일정등을 걱정스럽게 논의했다.
서울교대 체육관 인근 잔디밭에는 간간이 혼자앉아 연신 흐느끼는 실종자 가족들이 보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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