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평양은 망명을 꿈꾼다" 강명도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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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민들이 이제는 매스컴을 통해 북한 실상에 대해 많이 아는것처럼 보입니다.그런데 그게 거의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구조의 황폐화에 관한 것이나 일반 주민의 생활상 위주였습니다.북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난해7월 한국으로 망명한,김일성(金日成)의 외가친척이자 강성산(姜成山) 前북한총리의 사위인 강명도(康明道.36.前김일성주석궁 산하 능라888무역회사부사장)씨가 평양 로열 패밀리의 사생활과 파워 게임을 증언한 『평양은 망명을 꿈 꾼다』를 펴냈다.
〈中央日報社刊〉 지금까지의 귀순자 중 평양의 심장부에 가장 근접해 있던 강씨의 북한 진단을 요약하면,북한이라는 열차는 김정일(金正日) 이하 기관사들은 목표역도 모른채 김일성레일을 따라 질주하고 1등칸에 탄 이른바 귀족층은 전복의 불안에 떨며 제 살 길을 찾을 궁리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레일은 낡은 데다 경제라는 열차를 움직일 석탄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오랜 기간 순치된 3등칸의 주민들은 운명을 오로지 기관차에만 맡긴채 강제탑승한 비극을 연출하고있다는 것이다.
『북한 고위층치고 해외에 자식.친척을 하나둘씩 안내보낸 집안이 없습니다.북한 붕괴에 대비하는 겁니다.안전부장조차 아들과 사위를 대외경제위원회 산하 무역회사에 심었습니다.』 여차하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뛰겠다는 심리가 팽배해있다는 증언인데 이같은심리는 김정일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김정일은 93년 여동생 김경희를 몰래 스위스로 보내 자신의 비자금과 망명처를 둘러보게하고 이에 앞서 90년부터 평양 중 심지에서 차로 30분정도 걸리는 자신의 전용비행장인 미림비행장에 망명용 소형 일류신 여객기를 24시간 대기시켜 놓았다는 것.
『평양은 망명을 꿈꾼다』는 제목은 이러한 북한 지도층의 불안감을 압축한 표현으로 이 책은 그들의 불안심리와 북한의 구조적불구체제가 어울려 빚어내는 적나라한 인간 행태에 대해 진술하고있다.김정일 개인의 권력 쟁취 과정은 물론 김 일성 사후 김정일시대를 맞아 개방파와 보수파,김일성 맨과 김정일 맨으로 갈라져 암투를 벌이는 모습은 드라마틱한 흥미를 자아낸다.강씨는 『권력층의 파워 게임은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것이지만 북한의 문제는 건설과 민생을 위한 게임이 아 니라 오로지 권력을 누리기위한 게임,보복의 게임으로 일관하고 있어 북한 경제의 회생은 거의 무망하다』고 보고 있다.권력암투의 혹독상은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나 북한지도층을 수발하는 임명직 性노리개제도,「평양 5공자」로 부를만한 지 도층 자제의 性추문은 자못 충격적이어서과장한 것 아니냐고 묻자 강씨는 책의 내용이 너무 말초적으로 흐를까봐 오히려 여러가지 사례를 뺐다고 대답했다.이 책에 따르면 북한에는 위조 달러 제조공장이 있다,북한외교관의 주임무중 하나는 위 조달러 세탁,북한은 실제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북한과 일본을 취항하는 모래배는 헤로인 밀매선이다,라는 등의 귀순직후 강씨의 폭로.주장이 담겨있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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