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앤드차일드>낯가림 심한 희경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아유,얘는 왜 이렇게 깍쟁이 같은지 모르겠어요.』 어쩌다 만난 동네 아주머니가 우리딸 희경이를 쓰다듬으려 하자 희경인 『이잉』하면서 내 다리 뒤로 숨어버렸다.민망스런 김에 변명 반사과 반 섞어 하는 내 표현이 언제나 희경이를 「깍쟁이」로 만든다. 이제 막 31개월이 된 희경이는 요즈음 아이같지 않게 수줍음이 많다.전화받기도 질색할 뿐더러 어쩌다 전화를 받아도 목소리가 모기 소리가 되어 수화기 저편의 제 아빠나 할머니.할아버지를 안타깝게 한다.
처음엔 은근히 속이 상했다.사람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재롱을잘 떠는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주인공이 되어 귀여움을 독차지하기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낯가림이 유난히 심한 우리 아이를 보고 주위에서 군소리를 해대는 것에 넌덜머리가 날 즈음 나는 정말 희경이에게 문제가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았다.두돌이 지난 무렵이었다.
사실 이 세상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제 나름의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과 적응하고 교류하면서 살아간다.내성적인 성격이면 어떤가.문제는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리라.이 런 생각끝에나는 아이의 성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들을 삼가기로 했다.
아이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요즈음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내가 먼저 큰소리로 인사한뒤 밝은 목소리로 『희경이도 인사해 볼래?』라고 가볍게 권한다.쭈뼛거리면서도 고개를 까딱하는 희경이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박미라〈서울시구로구구로6동 현대아파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