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붕괴 미화원등 60여명 生存-사흘째 구조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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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와- 살아있다.』 부수고 들어내고 뚫고 파헤치고 또 파헤쳐도 꿈쩍않는 공룡처럼 거대한 폐허더미속에서 1일 오전11시 구조대원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무너져내린 북관(A동)지하3층 휴게실로 추정되는 곳으로부터 가장 먼저 희미한 사람소리를 들은 사람은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경광숙(景光肅.42)씨.
『들립니까.들리면 고함을 질러주세요.』 『사람들 여기 많이 있어요.빨리 좀 구해주세요.제발….』 『뭐라고요.다시 한번 말씀해보세요.』 『산소가 부족해요.빨리 좀 구해주세요.우리는 스무명이 넘게 있어요.』 철골과 벽.기둥들이 겹겹이 뒤엉켜 쌓인칠흑의 매몰더미속에서 40대 남자로 추정되는 쉰 목소리가 기적처럼 들려왔다.
간간이 이어진 대화를 통해 이들이 삼풍백화점 청소용역을 맡고있는 金석호(60)씨등 신천개발 소속 미화원 24명(남자 10,여자 14)이며 이중 2명은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곧바로 구조작전이 세워져 세군데에서 필사의 작업이 동시에 시작됐다. A동 엘리베이터탑 지하3층에서 직원식당을 지나 현장에3~5m까지 접근한 지점에서 두께 20㎝이상의 무너진 벽과 기둥 7개를 뚫는 작업,동쪽계단을 통해 지하3층 출입구를 뚫어나가는 작업,삼풍아파트 7동앞에서 지하로 파들어가는 두더쥐 작전이 밤새 계속됐다.
한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절단기로 구멍을 뚫으며 한치한치 파고 들어가는 구조대원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진척은 쉽지 않아 50㎝정도에 1시간이 소요됐다.교대를 위해 밖으로 나온 한 대원은 『재래식 구조용구로 일할 수밖 에 없는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수시로 뿜어나오는 유독가스와 검붉은 화염,30일 오후부터 시작된 장마비와 불길을 잡느라 뿌려진 소방용수가 범벅이 된데다 나머지 건물의 추가붕괴위험까지 겹친 최악의 현장에서 목숨을 건경찰및 소방대원들의 작업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역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B동(남관)지하3층도 상황은 마찬가지.생존자 22명 구조를 위해 구조요원들이 온힘을 다해 구슬땀을 흘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비관적으로 바뀌어갔다. 아무리 드릴.절단기.용접기로 앞을 헤쳐나가려 해도 거미줄처럼 엮인 철근과 내려앉은 콘크리트 더미는 너무나도 큰 벽이다.지하3층 B동에서 A동쪽으로 구조작업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세군데. 사람이 간신히 수그리고 기어갈 정도의 폭 70㎝,높이60㎝ 공간에서 구멍을 1m 파헤쳐 나가는데만 족히 3~4시간이 걸릴 정도다.
중앙엘리베이터 옆과 좌우측 모퉁이에서 소방.경찰.자원봉사대원들이 각각 한곳씩 맡아 생존자를 구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하고있으나 실제로 구멍을 뚫으며 구조를 펼치는 인원은 한 곳에 4~5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구조를 위한 세곳의 구멍은 북쪽 A동을 향해 길어야 4~5m밖에 진행이 안된 상태다.
소방요원 崔영한(31)씨는 『더구나 해머등으로 무리하게 벽을뚫고 나갔을 때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가 희생당할 우려가 있어 조심조심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단을 통해 내려가본 지하4층은 30일 내린 비로 물이1m50㎝정도 올라와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군부대 잠수요원들이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는 한편 구조작업을벌이려 했으나 지하4층에 있던 1만2천ℓ와 6천ℓ짜리 기름탱크가 터진 탓인지 물인지 기름인지 분간이 안갈 지경이다.
뿐만 아니라 지하 암모니아통이 붕괴된 것으로 보여 폭발의 위험성마저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구조대원들의 이야기다.
한 구조대원은 『지하4층에서 보트를 타고 수색작업을 펼치던중기계실쪽에서「똑똑」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구조를 하려 했으나 워낙 접근이 어려운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徐璋洙.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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