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의료체계 不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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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삼풍백화점 참사는 엉망진창인 우리 응급의료체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1천여명의 사상자가 속출하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야할 의료진은 사고 7~8시간 후인 30일 새벽까지도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구조된 환자들은 부상의 경중(輕重)과 사망여부에 대한바른 확인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인근의 강남성모병원등으로만 집중 후송돼 30일 오전10시까지 경상자를 포함,무려 3백여명의 환자가 이 병원으로 1차 이송됐다.이중 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던 사람은 43명.나머지는 부상으로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출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시 앰뷸런스에 실려 이 병원,저 병원을전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출혈이 계속되는 환자를 현장에서 즉각 절단수술해야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나 구급대원들은 그저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굴렀을 뿐 현장 절단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얼마전 있었던 美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사고 때 일사불란함을 보여준 美 응급의료체계를 예시하며 수준이하인 우리 응급의료체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州지사를 중심으로 지휘본부가 설치되고 정해진 비상프로토콜에 따라 즉각 의료진이 현장에동원됐으며 구조환자는 모두 현장수집소로 후송됐다.이곳에서 환자들은 응급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사망자는 검은색,응 급환자는 빨간색,경상자는 노란색 라벨이 부착된 앰뷸런스에 실려 거미줄같은통신망을 통해 들어온 인근 병원의 수용능력에 맞게 차례로 후송됐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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