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이남긴것>3.돈 안쓰는 선거 취지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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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27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 某후보는 선거기간중 대략 2억여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지출내용은▲멀티큐브 2대 임대료 1억원▲중고트럭 임대료 4천만원▲세차례의 신문1면 돌출광고 2천5백만원▲기타 4천여만원등. 중앙선관위가 밝힌 서울시장선거 선거비용제한액이 14억2천3백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제한액의 약15%만을 선거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얘기가 된다.「입은 풀고 돈은 묶는」통합선거법의 취지를「지나치게」살린 셈이다.
과연 이번 선거는 돈안쓰는 선거였나.
먼저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자.한은은 이달1일부터 25일까지 현금통화는 6천억원이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지난해 같은 기간에늘어난 8천억원보다 오히려 적은 액수다.총통화증가율도 한은의 이달 목표치인 17%보다 적은 15%대다.이 통 계치로만 보면특별히 선거철을 맞아 시중에 돈이 풀린 흔적이 없는 것을 나타내준다. 서울의 한 민자당 중진의원측의 말을 빌려도 이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정당연설회때 모인 청중 숫자를 보라.3천명을 넘은 적이 없다.과거 선거때는 한번 모였다 하면 7천명이상은 됐다.이는 바로 돈의 위력 때문이었다.결국 타락선거의 주범인 금권선거 논란이 거의 없는 것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다.
통합선거법에 법정선거비용 초과지출때는 당선무효,선거 1백80일전 기부행위제한.금지,후보자제출 회계보고서 선관위 실사등 각종 규제장치가 마련돼있어 쉽게 탈법을 할수 없었다는 얘기다.그러나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경남의 한 기초단체장선 거에서 A후보 운동원 이었던 B씨는『A후보는 워낙 돈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전제,『그럼에도 선관위보고용 선거비용 말고도 수억원을 더 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그러면서『돈없는 A후보가 그럴진대 돈많은 다른 후보들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한다.
금권선거의 흔적은 실제로도 나타났다.부천시장출마 여야후보 3명이 금품제공혐의로 모두 구속됐다.송파구청장후보 합동연설회에서는 청중동원의 대가로 돈봉투를 받은 대학생이 구속되기도 했고 도처에서「외상」자원봉사자가 횡행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결국 이번 선거에 있어서도 돈이 전혀 안풀렸다고는 할 수 없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30당 20락」(30억원을 쓰면 당선이고 20억원을 쓰면 낙선)이라는 선거판의 은어(隱語)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선관위 정일환(丁一桓)홍보관리관은『이번 선거는 돈을 묶는 통합선거법의 취지를 그런대로 잘 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그러나 철저한 실사작업을 통해 돈맣이 쓴 후보들을 가려내 앞으로 계속될 선거의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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