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수능'이란 별명이 붙은 2005학년도 수능의 문제는 불합리한 표준점수 때문에 비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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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수능'이란 별명이 붙은 2005학년도 수능의 문제는 불합리한 표준점수 때문에 비롯됐다. 표준점수란 계열별 전체 수험생들의 원점수 분포를 정상분포로 만들어 수험생 개개인의 점수가 평균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따지는 환산점수다. 과목 간 난이도 차이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

이런 표준점수가 점수 왜곡을 불러 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모의 수능에서 사회탐구 선택과목인 국사 만점자는 83점, 윤리는 66점이 나왔다. 이런 결과는 과목마다 응시집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과목에서는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가 낮게 나오는 반면 학생들 사이에 수준 차가 많이 날 경우 잘 본 학생은 표준점수가 잘 나온다. 이에 따라 수능 출제.관리개선기획단은 난이도 차이 조정에 이어 2단계로 선택 과목 간 점수 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완 방법=수학에서 사용하는 '보간법(interpolation)'이 도입될 전망이다. 먼저 선택과목 중에서 원점수 분포가 한 쪽에 쏠리지 않는 등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는 과목을 기준과목으로 정한다. 다음은 기준과목의 최고점부터 최저점까지 분포를 기준으로 해 5개 구간으로 나눈다. 5개 구간은 최상위의 원점수, 상위 4%(1등급)의 원점수, 상위 50%의 원점수, 상위 96%의 원점수, 최하위의 원점수다.

다른 선택 과목들은 기준 과목의 5개 구간 점수에 맞춰 원점수 분포를 재조정한다. 그런 뒤 이들 과목의 표준점수를 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 선택과목의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가 비슷해져 표준점수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보간작업을 할 때 구간을 나누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기획단이 상위 4% 등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과목별 상위권 학생(상위 4%)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변화=수험생들은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 있는 과목을 골라 잘 치기만 하면 높은 점수를 보장받는다. 상위권의 불만도 사라질 수 있다. 선택과목 간 상위권의 점수 차가 줄어들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변별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대신 수리.외국어 등의 영역 비중은 더욱 커진다. 수험생들이 수학을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만 기준 과목을 어떤 것으로 정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로 남는다. 기준 과목에 맞춰 다른 과목 점수가 재조정되기 때문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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