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발의서 가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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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개입 시비가 불씨였다.

지난해 말 이래 盧대통령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돕고 싶다"는 뜻을 잇따라 밝힌 게 탄핵의 빌미를 준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말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여기서 盧대통령은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해 야당의 극렬한 반발을 샀다.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민주당 측은 '조건부 탄핵'카드를 꺼냈다. 지난 5일 탄핵을 주도한 조순형 대표가 "7일까지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8일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몸을 굽히지 않았다. 7일까지 유감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8일 "탄핵사유에 대해 굴복할 수 없다"고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두 야당은 탄핵안 발의를 위한 서명작업에 돌입, 159명의 서명을 얻어 9일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놀란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盧대통령도 움직였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탄핵엔 반대하나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는 게 대세였다. 그럼에도 그는 기자회견에서 선거법 위반 시비에 대해 명쾌히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재신임과 총선 연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야당 측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며 격렬히 반발, 탄핵안 처리를 위한 실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투신한 사건이 발생, 야당의 반감을 부채질했다. 이런 상황은 탄핵에 반대했던 야당 내 일부 의원은 물론 자민련 의원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아 12일 오전 195명 투표에 193명이 탄핵에 찬성하는 미증유의 사태를 낳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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