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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지지율 폭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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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25일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정국 안정과 아시아 외교 복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야심 차게 출범한 후쿠다 정권이 이날 받아 든 성적표는 지지율 31%. 출범 당시 지지율 59%의 절반 수준이다. 비지지율은 54%에 달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인기가 폭락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리더십 부재에 있다. 그는 국민연금 납부기록 실종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고, 이지스함의 어선 충돌사고나 중국 농약만두 사건도 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달 말로 끝나는 잠정 휘발유세 유지 법안도 지지부진한 데다 야당의 반대로 전후 처음으로 일본은행 총재 공석 사태를 맞았다.

이런 상황을 맞이한 데는 온화한 그의 성격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참의원이 여소야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집권 자민·공명당은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총리 당시 참의원 총선에서 참패해 야당 민주당에 다수당의 자리를 내줬다. 일본 의회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으로 구성돼 있다. 중의원에서 법안이나 주요 인사안이 통과돼도 참의원에서 거부하면 발효되지 못한다. 이러니 후쿠다 총리는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고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평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후쿠다 총리의 발목을 붙잡아 끌어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일본의 경제다. 일본의 대외 신인도가 나빠지면서 도쿄 증시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후쿠다 총리가 4~5월의 한·일, 중·일 정상회담과 7월 도야코 G8정상회의 등 주특기인 외교 분야에서 실력을 과시하기도 전에 낙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후쿠다 총리의 이야기는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나라당이 직시해야 할 대목이다. 어느 나라든 국민의 눈은 무섭다. 아베 총리가 기대만큼 못하자 일본 국민은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하고 결국 아베 총리를 물러나게 했다.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선에서 선전해 이명박호를 순항시키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달려 있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