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에어컨 品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인류가 불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난방문제는 그런대로 해결이가능했지만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대단한 난제(難題)였다.그늘과 부챗바람으론 성에 차지 않던,부(富)와 권력을 한몸에지닌 대제국의 통치자들은 온갖 시도를 해보았다 .2천년전 로마의 황제들은 높은 산에서 눈을 실어 날라 여름 정원을 식혔다.
8세기 바그다드의 한 칼리프는 여름궁전의 2중벽속에 얼음덩어리와 다진 눈덩어리를 넣고 노예를 시켜 부채질을 해 일어나는 찬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인 노력은 19세기 들어와서야 본격화됐다.미국의 한 의사가 말라리아.황열병(黃熱病)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얼음 위로 공기를 불어 보내 열을 식히는 공기압축기의 특허를 낸 것이 1851년이다.
온도.습도 조절이 가능한 현대적 의미의 에어컨은 1902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 있는 한 인쇄소에 처음 설치됐다.설계자는 윌리스 캐리어.바로 현 캐리어회사의 창업자다.사람이 생활하기에 적당한 공기의 상태가 어느 정도냐를 일률적으 로 말할 수는 없다.대체로 여름철에는 26~28도.습도 50%, 겨울철에는 20~22도.습도 40%를 목표로 삼고 있다.20세기에 들어와 이루어진 에어컨의 발명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런 목표설정과 유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번 주를 고비로 전국이 장마철로 접어들었다.지난 여름 더위는 정말 혹독했었다.무더위속에 높아만 가던 불쾌지수와 잠못이루던 밤에 대한 끔찍한 기억 탓인지 올해 여름나기 준비는 유달라보인다.올해 에어컨 생산이 작년보다 50%이상 늘어난 60만대수준에 이르는데도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뒤늦게 에어컨 장만에 나선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도 사기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미리미리 예약해둔 준비성 있는 사람들조차 배짱 튀기는 장삿속에자칫 여름 다 지나고 설치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될 지경이란다. 그러다 보니 전력 당국도 걱정이 크다.지난 여름 한창 더울때 냉방전력 수요는 5백60만㎾,대형 원자력발전소 6기를 돌려야 겨우 댈 수 있을 정도였다.3천만㎾ 수준인 전력 설비용량의20% 가까운 수준이다.서로가 조금씩 덜 틀고 온도도 너무 낮추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실내외의 지나친 온도 차이(5~8도 이상)가 몸에는 오히려 무리가 된다는 사실도 잊지마시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