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프 참전기"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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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蘇공군이 참전한 것은 1950년 11월부터 휴전협정이 조인된 53년 7월까지이며,비전투원.시가지.촌락.댐.발전소등을 지키고 전선과 후방의 연락 보급로를 원호하는 것이 임무였다.압록강에 걸린 다리와 수풍댐등 韓-中국경지대에서 평양 과 원산을 잇는 선 근처까지가 행동범위였으며 그 남쪽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5년전인 1990년 前 공군중장 로보프는 蘇공군의 한국전참전을 시인하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전쟁이 끝난 후에도 한국전참전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던 蘇공군 조종사들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로보프 참전기」처럼 蘇공군의 참전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蘇공군이 한국전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러시아 국방부 문서보관소에 소장된 「64전투비행군단의 전투활동에 대한 자료」에는 전쟁당시 蘇공군과 고사포부대가 치른전투상황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2백여개의 문서파 일로 분류된 방대한 양이다.이 자료중에는 로보프중장이 64전투비행단과 주고받은 다량의 문서가 포함돼 있다.「로보프 참전기」는 이러한 자료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소련측의 입장에서 기술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전적으로 미국기록에 의존했던 데서 벗어나 한국전 당시 美-蘇간의 전투활동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유용할 것이다.실제로 보고서내용중에는 美공군이 공식 전사(戰史)에서 불명확 하게 기술한 부분을 새롭게 밝혀주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있다.또 같은 날 전투성과에 대해서도 「로보프 참전기」와 미국측 기록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난다.
「로보프 참전기」 공개를 계기로 한국전에 참여했던 蘇공군의 전모가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鄭昌鉉〈현대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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