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의 거인이 인터넷에 푹 빠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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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장신으로 기네스 기록 보유자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레오니드 스타드니크다. 신장이 무려 257㎝나 되는 스타드니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서쪽으로 200㎞ 떨어진 포돌리얀치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 AP 통신은 24일 스타드니크가 키가 너무 커서 자동차를 타기가 쉽지 않아 살고 있는 도시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레오니드 스타드니크와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右)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키가 2m57cm나 되는 스타드니크 는 이날 유센코 대통령으로부터 자동차를 선물받았다.[AP]

AP통신에 따르면 올해 37세인 스타드니크는 큰 키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고통을 겪는다. 옷과 신발은 항상 따로 주문 제작해야 하고 몸집이 커 차를 타기도 쉽지 않다. 집이든 어디서든 출입문을 나설 때마다 허리를 구부려 통과하는 게 버릇이 됐다. 200㎏이나 되는 무거운 체중 때문에 항상 무릎 통증을 느낀다. 그때문에 종종 목발을 짚고 걸을 때도 많다.

그래서 스타드니크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정원을 가꾸고 소ㆍ말ㆍ돼지ㆍ닭 등을 돌본다. 스타드니크는 동물을 좋아해 한때 수의사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해야 했다. 자신의 발에 맞는 외출복과 신발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출퇴근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발만 신고 걸을 때가 많았고 이 때문에 발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 딱한 사정을 알게된 한 인터넷 업체가 최근 스타드니크에게 인터넷 접속이 되는 새 컴퓨터를 한 대 선물해주었다. 이후 스타드니크는 인터넷에서 전세계의 많은 친구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고 메일을 교환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친구들과 교류가 잦아지면서 스타드니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동번역기로는 자신의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가 없어 언젠가는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타드니크가 이렇게 키가 크게 된데는 14세 때 뇌수술을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당시 받은 수술이 스타드니크의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스타드니크는 큰 키 덕분에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23일에는 장애인을 돕는 한 봉사단체가 스타드니크에게 대형 자전거를 한 대 선물했다. 스타드니크는 이 자전거를 타고 이웃 마을에 있는 식료품점이나 가게에 다닐 생각이다. 24일에는 빅토르 유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수도 키예프로 가서 자동차도 선물받았다.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차는 아니었지만 몸을 싣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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