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산시스템 문제점 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전산원의 선거전산망에 대한 감리 결과는 선거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선거전산시스템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주목된다.그동안 선거관리전산망 운용주체인 중앙선관위와 시스템 구축업체인 현대전자측은 이와 비슷한 지적들을 부인하 거나 보완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투.개표과정에 한국전산원이 권고한재래식 수작업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선거전산망은 지난11일 후보자 등록 집계과정에서 일부 데이터가 손실되는등 문제를 일으키면서 우려 분위기가 표면화 됐다.
한국전산원의 감리결과 통보 이후 선관위와 현대전자측도 대체로인정하는 문제점은▲통신프로그램의 불안정▲소프트웨어의 기능 미비▲통신망의 복잡성▲전산망 운영관계자들의 조작미숙 등이다.
이번 선거전산시스템은 데이터를 부분적으로 쪼개서 전송해 이를다시 합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한국전산원 감리 관계자는 『통신프로그램 자체가 불안정해 전송과정에서 일부 데이터가 손실돼결국 원래의 자료와 중앙선관위에 입력된 자료가 차이가 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산원 관계자는 또『모든 소프트웨어에는 터무니 없는 자료가 입력될 경우 이를 운용자들에게 다시 확인시켜 보정(補正)해주는에러 보완기능이 있는데 선거전산시스템에는 운영관계자들이 집계 결과를 잘못 입력해도 그대로 입력되고 이 데이터 가 누적돼 에러가 커진다』고 말했다.
전국의 투.개표장에서 최종적으로 중앙선관위로 이어지는 통신망이 너무 복잡하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현재선거전산망은 전국 2백84개 투.개표장에서 지방선관위로,지방선관위에서 다시 동사무소 또는 시청의 내무부행정망 인 「모하네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중앙선관위로 이어진다.이 통신망에 연결된컴퓨터만 해도 중앙과 시.도 선관위 주전산기를 비롯해 주전산기와 연결된 단말기,그리고 보완적인 기능을 하는 PC등 9천2백6대에 달한다.
선거전산시스템의 시험운용기간이 턱없이 짧았다는 점도 선관위의실책으로 지적된다.적어도 6개월의 시험운용기간이 필요한데도 예산등의 문제로 한달도 채안되는 기간의 시험운용을 실시했을 뿐이다. 선관위는 선거전산시스템의 핵심기술인 네트워크 운용기술을 외면하고 예산부족을 이유로 저가(低價)응찰한 업체에 시스템 구축을 맡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李玟鎬.李元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