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현장에서>當落 열쇠 쥔 20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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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서울도 분명히 한 「지방」일 따름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서울시장도 단지 지역살림꾼일뿐이라는 논리가성립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누가 서울을 지방으로만 볼 것이며 서울시장을 지역살림꾼이라는 시각에서만 볼 것인가.서울의 상징성,전국 각 지역출신이 망라된 인구구성,막중한 부문별 비중등 어느모로 따져보아도 서울시장은 「작은 대통령」이란 이름이 붙을만도 하다. 이런 서울시장의 성격적 특수성으로 해서 서울의 선거는 마치시장만을 뽑는 선거처럼 되어버렸다.투표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구의원.시의원에 대해서는 물론,다른 지방의 시장이상가는 권능을 지닌 구청장에 대해서까지도 시민들은 무관심하 다.23일 현재 이른바 「빅3」라는 시장후보에 대한 시민의 인지도(認知度)는 거의 1백%에 이르고 있으나 구의원및 시의원에 대한 인지도는 10%에도 미달하고 있다.
유세장의 분위기도 그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새벽부터 밤까지 강행군중인 구.시의원,구청장후보들은 쉰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청중은 운동원들과 친지 그리고 오다가다 기웃거려본 몇몇 사람들이 고작이다.운동원들은 분위기를 돋 우느라 각본대로 연설의 중간에 후보이름을 연호(連呼)해보기도 하지만 아무런 호응도 없어 객쩍어 하며 끼들끼들 웃고 만다.이에 비하면 시장후보들의 유세는 한결 규모가 크고 열기도 높기는 하지만 그규모도,열기도 작위적(作爲的)인 것이 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진짜 유세장은 학교운동장이나 거리가 아니라 안방이고 직장이다.『마누라는 ○○○을 찍겠다는군』『우리 아이는 △△△을찍겠대』가 심심찮게 직장내의 화두(話頭)로 등장하고 있다.아무래도 이번 서울의 시장선거에서는 한 집에서도 부모와 자식간에 표가 갈리고 부부간에도 지지후보가 나뉘어지는 「가족반란」현상이그 어느 선거때보다 심할 것 같다.
3金정치의 회오리바람만 아니었더라면 서울의 시장선거는 일찌감치 결판이 났을뻔 했다.두달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부동층은 15%밖에 안된다.시민들은 일찍부터 마음속에 후보를 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3金정치의 입김이 서리면서 서울의 유권자들도 동요하고 있다.3强의 양상에서 2强으로 표가 집약되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시장선거전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그 결과 시.구의원후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엷어지고 있다.
시.구의원선거방식이나 운동방법이 이대로 좋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어떤 설득으로도 서울과 같이 주민이 이질적이고 익명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시의원이나 구의원선거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방법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차라리 구의원의 경우는 아파트단지별 또는 동별로 대표를 뽑아 다시 구의원을 선출하는 간접선거가 어떨까.아니면 아예 일부 외국에서처럼 정당별투표로 시장에서부터 구청장.시의원.구의원을 함께 뽑는 방식은 어떨까.현재와 같은 「깜깜선거」를 계속한다는 건 입후보자도,유권자도 피로하기만 한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일 뿐이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시장뿐이다.『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별로 플래카드 색깔이라도 달리 했어야지 어디 누가 무슨 후보인지 알기나 하겠어요』라는게유권자들의 불평이지만 색깔을 달리했다해서 관심을 가졌을 것 같지도 않다.
이제 남은 관심거리는 갈수록 2强으로 고착되어가고 있는 듯한서울시장선거가 어떤 결말을 맺을거냐 하는 것이다.앞으로 TV토론이나 신문보도가 어느 정도의 영향은 주겠지만 그것이 결정적인요소는 되지 못할 것같다.40대이상은 이미 마 음을 굳힌 상태다.미디어에서 어떤 내용이 나와도 자신의 기존관념에 유리한 것만 취하는 선택적 지각(知覺)현상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열쇠는 20,30대가 쥐고 있다.
특히 20대에 있다.이미지를 좇는 세대인 이들이 앞으로 어떤변화를 보일것이며 상대적으로 전보다 투표소에서 더 오래 기다려야할 투표에 얼마나 참고 기다리며 참가할는지가 최대 변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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