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항의 차량 돌진 ·분신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고 탄핵에 항의하며 차량을 몰고 국회로 돌진하거나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2일 오전 6시37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김모(44.서울 강동구 성내동)씨가 무쏘 스포츠 차량을 몰고 국회에 진입, 본관 정문앞 계단에 충돌한 뒤 차가 멈춰서자 짐칸에 싣고온 20ℓ들이 휘발유 2통과 경유1통에 불을 질렀다.

김씨는 이어 "야, 다 죽여버릴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우다 국회 경위들과 격투 끝에 체포돼 국회경비대에 넘겨졌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본관앞 왼쪽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무쏘 승용차가 돌진하더니 본관 계단에 꽝소리를 내며 충돌했고 뒤이어 점퍼차림의 운전자가 나와서 차량 뒤편에 휘발유 통에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김씨가 얼굴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으나 다행히 더 다친 사람은 없었다.

차량에 발생한 불은 일단 경위들이 소화기로 껐으나 10여분 뒤 다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자 출동한 소방차들이 완전 진화했다.

대전에서 건설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김씨는 전날 용인에 있는 회사에서 하룻밤을 잔뒤 이날 새벽 일찍 회사 차를 몰고 국회 정문 출구쪽으로 역주행해 본관 앞까지 돌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비대는 김씨의 차량이 국회에 난입해 역주행하자 이를 막으려 했으나 속도가 빨라 미처 저지하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국회의사당 안에 불을 지르려고 했는데 계단이 있어 차가 충돌하는 바람에 실패했다"며 "최고 엘리트라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하나도 변한게 없이 예전과 똑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김씨는 "노사모 등 정치 관련 단체에는 관심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웠다"며 "누가 잘하고 잘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냐"고 쓴소리를 뱉었다.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정책을 위해 싸우면 박수를 치겠지만 당리당략을 위해 전원이 싸우는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조사가 끝나는대로 방화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한 50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한 뒤 중태에 빠졌다.

11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 앞에서 노사모 집회에 참석 중이던 白모(52.경기도 의정부시.자영업)씨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분신 직후 白씨는 10초쯤 걸어가다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집회 참석자들이 옷으로 급히 불을 껐다.

현장에서 발견된 白씨의 노트에는 "정치인 중 누구도 盧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 "盧대통령보다 깨끗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는 등 盧대통령을 옹호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白씨는 얼굴과 목.다리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김준술,권근영,이원진 기자 (서울=연합뉴스.김준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