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성화 채화 중 티베트 동조 세력 기습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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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됐다. 티베트(시짱자치구) 사태 와중에 열린 채화식에서는 시위자들이 행사장에 침입하는 소동이 벌어져 앞으로 성화 봉송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소동은 류치(劉淇) 올림픽조직위원장이 연설하던 중 발생했다. 그리스 정부가 10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해 친티베트 시위대의 접근을 봉쇄했지만, 3명의 남자가 이를 뚫고 행사장에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오륜 모양의 수갑 5개가 그려진 검은 깃발을 펼치려고 했다. 깃발에는 ‘인권을 짓밟는 국가를 보이콧하자’라고 써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류치 위원장의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하면서 “자유, 자유”를 외쳤다.

경찰은 즉각 이들을 붙잡아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으며, 류치 위원장의 연설은 계속됐다. AP통신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시위 직후 “로베르 메나르 사무총장 등 회원 3명이 티베트 독립 시위에 동조하고 중국의 무력 진압을 알리기 위해 기습 시위를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성화는 류치 위원장의 연설 이후 그리스 여사제들에 의해 자연 채화됐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주재한 채화식은 날씨가 나빠 계획보다 한 시간 앞당겨 진행됐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채화 한 시간 전부터 이 장면을 위성으로 생중계했다. 중국 영화 배우 장쯔이(章子怡)가 기자로 위촉돼 소식을 전했지만 시위 장면은 삭제돼 방영되지 않았다.

성화는 앞으로 7일간 그리스 16개 지역의 43개 도시 1528㎞를 달린 뒤 31일 아테네 파나시나이코 경기장에서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당국에 인계된다. 베이징으로 옮겨진 성화는 다음 달 1일부터 19개 국가의 21개 도시를 돌 예정이다. 130일간 2만1880명의 주자가 13만7000㎞를 달리게 된다.

그리고 5월께 티베트에 인접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에 오른다. 6월에는 티베트 지역을 통과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봉송 행사를 ‘화해의 여정(和諧之旅)’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티베트는 중국 땅’이란 점을 세계에 선전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성화의 에베레스트·라싸(티베트 자치구 수도)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 또 다른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티베트 사태와 관련, 신화통신은 간쑤(甘肅)성 간난(甘南)티베트 자치주에서 14일 이후 발생한 시위로 9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티베트 망명 정부 측은 24일 AFP통신에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13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티베트 지지 시위로 250여 명이 연행됐다. 인도 북동쪽 중국과의 국경 지역인 시킴에서도 500여 명의 시위대가 중국 쪽으로 행진을 계속하려다 인도 경찰과 충돌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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