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으로, 라면 수프로 … ‘대게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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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농업기술센터는 대게 된장과 청국장, 라면용 수프, 국수용 육수 등을 개발해 지난 21일 시청에서 시식회를 가졌다. [울진농업기술센터 제공]

지난 21일 울진군청 대회의실. 공무원·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게 가공식품 시식회가 열렸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가 최근 개발한 ▶라면용 대게수프▶국수용 대게육수▶대게 샌드위치 등을 맛보고 평가하는 자리다. 참석자들은 “대게의 독특한 향과 맛이 살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수프와 육수에 매운 맛을 가미했으면 좋겠다” “숙취용 라면 수프를 만들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내 놓았다. 울진군은 오는 28~30일 후포면 한마음 광장에서 열리는 ‘2008 울진국제대게축제’에 이들 가공품을 내 놓기로 했다. 참가자의 평가를 받아 문제점을 해결한 뒤 상품화하기 위해서다.

울진·영덕에서 많이 나는 대게를 재료로 한 가공식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대게의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는 제품들이다. 대게는 가격이 비싼 데다 냉동 외에는 별다른 보관 방법이 없어 99% 쪄서 먹는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게가 가공식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울진대게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대게 가공품 개발에 나서 지난해 대게된장을 개발했다. 이 된장은 재래식 된장에 소금 대신 대게를 삶은 뒤 나오는 짠 물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소금을 적게 쓰고 대게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센터 측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11월 이 된장을 초콜릿과 일회용 커피 용기 형태로 고형화(固形化)하는 데 성공했다. 분말 된장을 만드는 법도 알아냈다. 청국장에 대게 가루를 넣고 다시 분말로 만든 대게 청국장 분말도 개발했다.

물기가 많고 냄새가 심해 보관·수송이 어려운 재래식 된장의 약점을 해결하고 대게 특유의 맛까지 살린 것이다. 센터 측은 이 고형 된장과 대게 청국장 분말을 일본에 있는 한국식품연합회에 보낸 결과 일본과 한인 주부의 인기를 얻을 수 있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센터 측은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에 참여하는 주부 9명이 설립한 울진참식품㈜에 맡겨 이 된장을 곧 생산할 계획이다. 울진참식품은 이를 위해 다음달 초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에 입주한다.

센터 김선원(50) 생활자원담당은 “울진대게를 가공해 일본 수출과 국내 판매를 늘리면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 측은 최근 대게 고형 된장 만드는 법 등을 특허출원했다.

한편 붉은 게를 재료로 한 가공 식품도 인기다. 영덕의 ㈜시지바이오는 2005년부터 대게 살을 깡통·병에 넣은 게살장과 게소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냉동하지 않은 싱싱한 게살과 게내장을 그대로 가공한 것으로 곧바로 밥 등과 비벼 먹을 수 있다. 이 업체는 최근 게살에 인삼·송이를 가미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지바이오 박재호(54) 이사는 “직원이 6명밖에 안되지만 선물용 세트가 많이 팔리면서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울진농업기술센터의 대게 가공식품

- 대게 된장=재래식 된장을 만들 때 대게 삶은 물을 가미해 대게 특유의 맛·향 재현

- 대게 청국장=청국장 만들 때 대게가루 첨가

- 대게 고형 된장·청국장=초콜릿과 덩어리 형태로 만든 대게 된장·청국장

- 대게 샌드위치=대게 살을 동결 건조시켜 밀·쌀가루와 섞어 빵을 만든 뒤 샐러드 첨가

- 라면용 대게수프=대게를 동결 건조해 분쇄한 뒤 고추가루·마늘 등 양념 첨가

- 국수용 대게육수=대게를 우려낸 물에 다시마·대파 등을 넣고 다시 끓인 뒤 진공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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