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프로야구단 체질 개선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프로야구단 가치의 하락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됐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규모를 중시해온 한국 경제는 수익성이라는 실속을 중시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프로야구단은 그 변화의 흐름을 철저히 무시하고 살아왔다. 예전에는 적자가 나도 우승만 하면, 오너가 잘했다고만 하면 만사해결이었다. 그 기분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있으면 비싼 돈을 마다하지 않고 선수를 데려왔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매년 200억원씩 꿀꺽하는 적자기업을 눈뜨고 바라보고만 있을 구단주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경기만 잘하면 되는 야구에서 변신할 때가 됐다. 그래야만 제8구단에서 당한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야구로의 변신이란 당연히 야구를 통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이기는 야구’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수익을 내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요즘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FA 제도를 손본다느니, 연봉삭감 하한선을 없애버린다든지 하는 수준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과다한 연봉 때문에 프로야구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지난해 400만 관중이 들어왔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KBO와 구단의 무비즈니스·무마케팅이 문제인 것이다.

프로야구에 비즈니스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KBO·구단·선수가 각자 프로다운 역할을 하면 된다. 구단은 빨리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업 조직이기에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즌 SK와이번스가 ‘스포테인먼트’라는 기치로 새로운 마케팅을 들고 나온 것이 그 예다. 40만 관중이 80만 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올해는 100만 관중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구단들도 나름의 스포테인먼트를 준비한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KBO의 역할이다. 우선 프로야구 비즈니스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방송 중계료, 타이틀 스폰서료 등 수입을 어떻게 구단에 분배할 것인지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심판 조직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문제도 검토 대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선수·심판·KBO라는 삼각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본다. 선수 연봉협상이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언제까지 운동선수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것인가.

리그 마케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야오밍을 스카우트해 거대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받아, 우리도 아시아에 한국 프로야구의 한류 열풍을 몰고 올 수는 없을까. 야구중계를 지금처럼 전국 방송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대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광주에서는 기아 타이거즈 경기를 볼 수 있게 지역방송으로 할 것인지, 그것이 가능한지, 수익성이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만남이다. 멋진 스포츠 경기를 더 멋지게 보여주면서 소득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다. 그러기에 프로야구 리그가 야구인만의 잔치가 될 수 없다. 야구인과 비즈니스인이 함께 일구어야 할 거대 사업인 것이다.

이영훈 서강대 교수·경제학(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Finance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