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日 에고이즘 벗고 수평分業 이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65년 韓日 국교정상화이후의 韓日경제관계 30년을 총괄한다면「의존적 성장」쯤이 될 것같다.그 관계를 기본축의 하나로 하여한국은 고도성장을 했고,수직적 의존이 지속.심화되어 왔다.
일본은 한국과의 식민지 청산문제를 배상형식으로가 아니라 청구권형식으로,그러나 실은 청구권형식도 아니고 경제원조 형식으로 처리했다.
무상 3억달러.유상 2억달러 그밖의 직.간접투자로 한국시장의문을 열어,지난 30여년간 총누계 약1천억달러(95년말기준.전망)의 무역흑자를 따먹었다.과거 韓日경제회담 주역의 한사람이었던 故장기영 부총리가『일본은 꿩 먹고 알먹는 것 이 아니라 꿩새끼도 먹고,또 새끼의 새끼도 계속 먹는다』고 분통을 터뜨린 생각이 난다.
한국의 대일(對日)무역적자는 한국의 산업구조 탓인가.물론 그런 점도 있다.모든 문제는 결국 함께 책임져야 할 몫이 있게 마련이다.그러나 기본적으로 일본경제구조의 탓이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구미(歐美)선진자본주의는 대량 생 산을 대량소비로 흡수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식민지 시장없이도 지속적 성장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철저히 생산을 확대하고 철저히 소비를 억제함으로써 그 갭을 전가시킬 해외「주변부」를 필요로 하는 축적체제를구축하였다.일본자본주의는 경제적으로 脫식민지주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그리고 그러한 축적체제속에 한계산업까 지도 살려나감으로써 「풀세트」 산업구조를 양성해 나갔다.
그 결과 일본의 주변국가는 한국뿐 아니라 어떠한 나라도 일본과 국제 분업형 경제관계를 만들 수가 없었다.거의가 하청형이거나 수직형관계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흔히「기러기이론(Goose flying model)」으로 설명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어느산업이 구미에서 기러기처럼 일본에 날아왔다가 한국으로, 다시 동남아로 기러기처럼 날아갔다면 일본산업이 풀세트 구조일수가 없 다.개도국형한계산업도 아직 얼마든지 일본에 남아있다.오히려「가마우지형(Cormorant fishing model)」이다.가마우지목에 줄을 걸어놓고 가마우지가 물속에서 고기를 잡을 때마다 잡아당기면 목이 가늘고 긴 가마우지는 고기를 넘기지 못하고 문 채로 갖고 온다.이것을 유지시킨 것은 미국을 비롯한 소비자주권경제의수입수요다.
그 결과 일본은 무역흑자가 너무 많아졌다.무역흑자가 많아져도국민의 생활향상에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과잉무역흑자가 엔高를 유도하여 超엔高로 내외가격차이가확대돼 소비자의 복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또 한계산업을 지키려고 수입을 규제하다 경쟁력이 높은 대기업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엔高를 가져왔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이것이에고이즘경제의 귀결이다.
일본은 이제 시장을 개방하여 제품수입을 늘림으로써 현행 산업구조를 파괴하고 소비자의 복지를 증가시켜야 한다.그렇게 되면 한국 제조업의 대일수출이 증가한다.우리는 여기에서 일본 소비자의 이익과 한국 생산자의 이익이 일치하는 지평을 발견하게 된다. 이 지평을 향하여 나가다보면 수평적 국제분업이 이루어질 것이다.지금 이미 자동차.반도체등에서 그러한 새로운 수평분업이 시작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주권운동 혹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한국 생산자의 혁신운동이 만나고 있는 것이다.
韓日관계 30년만에 비로소 발견한 이 소중한 수평선을 韓日양국은 적극적으로 살리고 현실화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