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經기자가 본 한국-2세 政治家 서서히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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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던 환경도 정치가를 지망한 이유중 하나일지 모른다.지금의 정치는 민주적이 아니며 바꿔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의 장남 재헌(載憲.29)씨는 정계 입문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재헌씨는 올해 1월여당인 민자당의 대구시 동구乙지구당위원장이 되어 내년의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이 선거구는 재헌씨 부친의 출 신지지만『아버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경험하지 않아 선거구를 물려받은 것은 아니다.그러나 정치가의 세습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하는 견해가 많다』며 마음을 추스른다.
김대중(金大中)前민주당총재의 장남 홍일(弘一.47)씨도 민주당의 지방지구당 위원장으로 활약중.
쌍용그룹 회장에서 물러나 얼마전 민자당에 입당한 김석원(金錫元.50)씨도 부친이 국회의원이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35)씨,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의 장남 재국(宰國.35)씨도 국회의원에 입후보한다는 소리가 있다.한국 정계도 「2세 정치가 시대」를 맞이하는 조짐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일본처럼 2세 정치가가 세(勢)를 떨친 적이 거의 없었다.제2차세계대전후 한국정계는 정변(政變)의 연속으로 정치가의 유위전변(有爲轉變:변화가 그치지 않음)이 심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들어 정권 교체도 민주적으 로 이뤄지게돼 2세가 등장하는 토양이 마련돼 왔다.2세 정치가의 대두는 한국사회가 안정돼 왔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지연(地緣)이나 혈연(血緣)이 일본 이상으로 강하다.노재헌씨의 경우 이를 이용해 당세(黨勢)를 확대하고 싶다는민자당측의 계산도 엿보인다.
그러나 2세 정치가의 진출에 대해 국민의 반발이 뿌리깊은 것도 사실이다.내년 국회의원선거가 2세정치가가 안착(安着)할 것인지 어떤지의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같다.
〈日本經濟新聞 아라이 히로시(新井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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