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왜 났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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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0일 발생한 속초 산불의 발화 원인을 놓고 한전과 행정기관 간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속초시와 소방 당국은 노학동 한전 속초변전소 인근의 2500V짜리 고압전선이 강풍으로 끊어지면서 인접한 소나무에 불꽃이 옮겨 붙는 바람에 산불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화 현장에 고압전선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속초시 등은 산불 발생 초기부터 줄곧 "강풍으로 인한 고압전선 절단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피해상황 보고서를 작성, 김진선 도지사에게 보고했다. 이런 사실은 대부분의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정사실화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한전측은 "전기로 인한 화재가 아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전 강릉지사는 11일 언론사에 배포한 해명 자료를 통해 "전봇대의 고압전선이 끊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압전선이 지면에 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화재가 발생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전측은 또 "자체 조사 결과 속초소방서에 지난 10일 오후 1시22분쯤 산불 발생 신고가 접수됐으나, 고압 전선이 땅에 떨어진 시간은 오후 1시30분쯤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특히 "땅에 떨어진 것은 부하(負荷.변전소에서 전기가 나오는 반대)쪽 전선이기 때문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며 "단선된 고압 전봇대 밑에 있는 풀이나 나무가 불에 탄 흔적이 전혀 없는 점도 전기로 인한 화재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자 수사를 맡은 경찰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속초경찰서 김영주 형사계장은 "고압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불꽃(스파크)이 인근 나무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 외에 담배불 투기로 인한 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 발생 현장을 대상으로 1차 감식을 한 결과 고압 전선 3가닥이 끊어져 있었고, 이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번주 안에 끊어진 고압전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 감식을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확한 화인은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오는 2주일쯤 후 밝혀질 전망이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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