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 설비매입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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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0년 12월 파산으로 가동이 멈춘 삼성상용차의 생산설비를 매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당초 6000억원 이상 투입된 플랜트여서 사들여 재가동할 경우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삼성상용차 공장건물 및 기계설비 매각을 위한 사업제안 제출을 마감한 결과 ㈜KCA, 한서정공, 베트남 자동차업체 빔(VEAM), 거우엔터프라이즈 등 4개 업체가 매입 경쟁에 참가했다.

대구시는 삼성상용차 설비가 팔리더라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1차로 사업제안서를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토록 하되 적절한 제안이 없는 경우 경쟁입찰에 부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법원경매에 참가해 18만여평의 공장부지와 생산설비를 950여억원에 사들였다.

참가업체=전직 삼성상용차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KCA는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에 있는 자동차업체 주리(巨力)와 손을 잡고 매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KCA는 생산설비의 재가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또 생산설비는 웨이팡이 가동하되 연구.개발센터와 고부가 부품 공급지는 대구로 유지시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서정공은 사업제안서를 통해 공장과 설비를 인수하면 기존 공장에서 반제품 형태의 주요 부품을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고 닛산디젤의 부품 주문생산을 맡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업체는 재가동을 위해 부족한 생산라인을 확충하기 위해 400억~5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서정공은 지난 3일 현장설명회에서 '닛산디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상용차 공장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닛산디젤 측이 곧바로 이를 부인하는 등 신뢰도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베트남의 엔진 및 농기계 국영기업인 빔사는 삼성상용차의 생산조립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해 소형 상용차를 생산한다는 사업계획을 제안했다. 빔사는 그러나 자국의 기술 수준을 감안해 부품은 전량 대구지역에서 공급받는다는 지역경제 기여 방안을 내놓았다.

이밖에 거우엔터프라이즈는 중국 다이렌의 한 투자회사와 제휴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작업=대구시는 이번 주중 사업제안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22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평가위에는 자동차업계, 경영.회계, 관련 전문가 및 대구시.대구도시개발공사 관계자 등 15명이 참여하게 된다.

평가방법은 1차 서류심사를 하되 필요할 경우 제안업체를 불러 추진 가능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류심사 위주의 평가 방침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이의도 제기되고 있다.

제안서를 낸 한 업체 관계자는 "'일단 매입하고 보자'는 식의 실현 가능성 없는 제안서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시는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감안해 현장 실사 등 적극적인 평가 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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