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어디까지왔나>2.요르단江 西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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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성경(聖經)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이삭.야곱이 살았던 도시 헤브론에서는 市외곽의 기묘한 차량행렬에서부터 긴장의 냄새를 맡을수 있다.
기관단총을 어깨에 메고 순찰중인 이스라엘軍 지프뒤에 수십대 팔레스타인車들이 꼬리를 물고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요르단江 서안지구 중심지 헤브론에서 팔레스타인人들의 차가 이스라엘 지프를 추월하면 즉시 총탄세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팔레스타인 차량이 앞서가던 순찰지프를 따라잡는 척하며 차 옆에서 기관총을 난사,수명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뒤 부터 추월이아예 금지됐다』는게 팔레스타인 안내인 후삼 아부가르베이(32)의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자치지구가 된 예리코가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라면,헤브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반목과 갈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테러가 테러를 부르고,피가 피를 부르는 헤브론.2개월 전에는이스라엘 정착민 2명이 저격당해 숨진 사건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그들이 희생됐다는 빌르 마하자 거리에는 다윗의 별 이스라엘국기가 보도위에 나부끼고 있었다.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 사건 이후 헤브론에는 지금도 오후7시부터 다음날 오전5시까지 엄격한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다.
화해무드의 예리코와는 달리 헤브론에는 아직도 증오와 복수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이스라엘軍이 있는 한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상점에서 만난 팔레스타인人 알리 나친(35)은 잘라 말했다.
알리의 희망대로 이 헤브론을 비롯한 요르단江 서안지구 전체는머지않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 바뀌겠지만,그 경우 서안지역에흩어져 살고 있는 6천여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운명도 풀어야 할난제로 남아있다.
그래서 서안지역에 평화가 와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계속 이 지역에 사는한 양쪽간의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보였다.
[요르단江 서안=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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