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은 ‘공공도서관 선진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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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에 사는 주부 이영란(37)씨는 일주일이면 서너 차례 집 근처 공공도서관을 찾는다. 이씨가 이용하는 곳은 집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일산동구 마두동 소재 아람누리도서관.

이 도서관은 문화공연장인 고양아람누리 구내에 있다.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는 도서관 1층의 어린이 자료실에서 어린이용 책을 보고, 나는 외국 및 종합자료실에서 관심 있는 영어 원서와 문학·사회과학 서적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딸만 혼자 도서관에 보낼 땐 집과 맞닿은 주엽동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토록 한다.

◇‘도서관 도시’ 고양시=인구 92만 명인 고양시가 ‘도서관 선진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20일 일산서구 대화동에, 21일 일산서구 일산동에 각각 새 도서관이 개관됐다. 이로써 고양시 전체의 도서관은 11개가 됐다. 인구 8만3600여 명당 1개꼴로 10만 명당 1개 정도인 전국 평균을 훌쩍 넘는다. 올 연말에는 일산동구 풍동에도 도서관 한 곳이 추가로 문을 연다. 고양시보다 인구가 3만 명 많은 성남시(95만명)에 5개(4월 중 분당신도시에 1개 추가 개관)밖에 없는 것과도 비교된다.

◇시민들 삶 속에 파고드는 도서관=도서관이 늘어나면서 이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생활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고양시 도서관(당시는 9개)을 찾은 방문객 수는 371만 명, 대출 도서 수는 204만 권이었다. 방문객 중 40%가 주부, 대학생이 20%, 중·고생이 10% 정도였다. 과거처럼 도서관에 교과서나 참고서를 싸 들고 와서 입시 공부를 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대신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함께 책을 읽는 주부가 많아진 것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도서관이 책을 읽고 빌리는 곳으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최근 조성하는 도서관에는 독서실 형태의 열람석은 줄이고 자료실 좌석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아람누리도서관의 경우 외부에서 들여온 책을 읽을 수 있는 일반 열람석을 아예 없앴다.

도서관마다 특화된 서비스도 눈에 띈다. 대화도서관은 킨텍스·한류우드 예정지 등이 있는 주변 여건을 살려 산업 및 박람회 관련 자료와 다양한 관광 자료를 집중 비치했다. 아람누리도서관에는 휠체어 높이에 맞춘 책상과 저시력 확대기를 갖춘 장애인 열람실이 있다. 정발산 끝자락에 있는 마두도서관은 ‘청소년 독서 동아리’ ‘원화 전시회’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백석근린공원에 자리한 백석도서관은 최첨단 과학실습실 ‘파란마을’과 어린이들의 체험형 독서프로그램인 ‘책 읽는 놀이터’를 운영 중이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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